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 후보 지명자는 학계와 정부, 국제기구 등에서 경험을 두루 쌓은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간 보여온 성향과 발언 등에 비춰볼 때 향후 한은 통화정책은 매파(통화 긴축)적 성향이 짙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그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속도 역시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총재 후보 지명자는 1960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로체스터대학 조교수, 세계은행 객원 연구원을 거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2008년과 2009년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고 2014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통화기금(IMF) 고위직(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에 올랐다.
이창용 지명자를 총재로 임명하는 데 대해서는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열 현 한은 총재는 이날 이창용 후임 총재 지명자에 대해 "학식과 정책 운영 경험, 국제 네트워크 등 여러 면에서 워낙 출중한 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저보다 뛰어난 분이기 때문에 제가 조언할 부분은 따로 없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지명자의 강점으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주요 경제기관에서 일하면서 쌓은 국제적 식견과 인맥이 탄탄하다는 점이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과 하버드대 시절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맺었고,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올리비에 블랑샤르 등과도 친분이 있다. 국내에선 이주열 한은 총재,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 등과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과는 인창고와 서울대 80학번 동기다.
일각에서는 이 지명자의 색채가 현 이주열 총재보다 더 강하다는 시각도 있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전날 '이창용 IMF 국장이 신임 한은 총재로 취임한다면'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금리 중심 통화정책의 중요성이 고조됐으며, 물가··부채 제어와 같은 금융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 역시 "그간 발언으로 보면 성장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구조 개혁에 주목하고 있다"고 봤다.
이 후보자는 한국은행법 33조에 따라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회 등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문 대통령이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총재 임기는 4년이며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현재 미국 워싱턴에 체류 중인 이 후보자는 오는 30일 오후 귀국할 예정이다. 한은은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비해 조만간 인사청문회 TF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