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동부유' 핵심퍼즐 부동산세 연기 왜?

2022-03-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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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부동산세 시범구 확대 없을 듯

시장안정·격차해소·재정안정 등 목적

習 공동부유 기조 속 명분도 강화돼

시장 침체에 대내외 악재 겹쳐 제동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이재호 기자]

지난 5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 때 진행된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 내용을 끝까지 들은 주택 보유자들은 쾌재를 불렀다.

우려했던 부동산세 관련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인대 폐막 직후 중국 재정부 관계자도 신화통신과 인터뷰하면서 "연내 부동산세 개혁 시범구를 확대할 만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부동산세 도입 논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가속화했다. 

특히 다 함께 잘살자는 '공동부유(共同富裕)'가 핵심 국정 어젠다로 부상하면서 연내 시행 지역과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대내외 악재로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부동산세 제도 시행을 확대할 경우 후폭풍이 클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 

공동부유 관련 주요 정책 중 하나인 부동산세 도입에 제동이 걸린 건 중국이 경제위기를 자인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숙원사업 된 부동산세 도입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은 원칙적으로 토지 등 부동산 소유권을 국가가 갖는다. 

때문에 부동산을 사고팔 때 발생하는 거래세는 있지만 부동산세로 대표되는 보유세는 존재하지 않았다.

2000년대 이후 부동산세 도입 논의가 시작된 건 부동산 시장 과열로 소득·자산 격차 확대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주택을 수십 채 보유하고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부조리를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 정부가 주장하는 부동산세 도입 목적은 부동산 시장 안정과 빈부 격차 해소, 지방정부 재정 확충 등이다. 

부동산세는 지방세라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방정부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공동부유가 핵심 국정 어젠다로 자리 잡으면서 도입 명분이 더 강화됐다. 

야오양(姚洋)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장은 "거시경제 균형을 위해서든, 혹은 지역 균형을 위해서든 부동산세는 굉장히 좋은 수단"이라며 "투기 수요를 잡는 데 효과적이며 서민들의 근로의욕을 꺾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 여건 악화에 발목 

중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부동산세 도입은 경제 여건 악화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우선 부동산 관련 업황 자체가 침체됐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 부동산 거래 면적은 1.57억㎡로 전년 동기보다 9.6% 감소했다.

같은 기간 거래액도 1조5400억 위안으로 19.3% 줄었다. ㎡당 평균 거래가는 9845위안으로 1만 위안 선이 무너졌다. 2020년 수준으로 회귀한 셈이다.

공동부유 국정 기조의 일환으로 부동산 규제를 대폭 강화한 결과다. 국가통계국은 "전국 70개 대도시 중 80% 이상 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다"며 "이 가운데 28곳은 가격이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침체되자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자금난에 신음하고 있다. 완커와 비구이위안, 룽촹 등 주요 업체들의 주가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부동산세 시행 지역이 확대될 경우 부동산 시장 침체 국면이 더 악화할 건 자명하다. 

시범도시로 거론돼 온 정저우·지난·창춘·하얼빈·스자좡 등은 부동산 거래가 끊기다시피 했다는 전언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대내외 악재까지 겹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원자재·에너지 가격 급등이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의 러시아 지원 여부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의심이 짙어지면서 미·중 갈등도 더 격화할 수 있다. 

모두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내부적으로는 코로나19 재확산이 최대 고민이다. 이달 초부터 지린·산둥·광둥성과 상하이 등지를 시작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번져 전체 31개 성 중 28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은 하루 평균 3000명 이상의 확진자와 무증상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중국신문주간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이번이 가장 엄중한 상황"이라며 "상하이와 선전, 톈진, 시안, 둥관 등 국내총생산(GDP) 1조 위안 이상의 경제 도시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정부가 밝힌 '5.5% 안팎'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제기된다. 

주하이빈(朱海斌)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경제적 하방 압력이 커진 만큼 자본 시장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 안정도 절실하다"며 "부동산의 경우 산업사슬이 광범위하고 지방 재정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섣불리 부동산세 도입을 강행할 여건이 아니라는 의미다. 

◆공동부유 큰 조각, 포기 없을 것

다만 부동산세 도입 추진 자체가 좌초할 일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부동산이 정책적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라 현재의 경제 상황을 감안해 속도 조절에 나섰을 뿐 조건이 개선되면 재추진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부동산세는 빈부 격차를 최대 화두로 내세운 공동부유 정책의 핵심 퍼즐로 꼽힌다.

신화통신은 "부동산 시장 과열과 투기 조짐이 엿보이면 부동산세 도입 시점이 다시 앞당겨질 수 있다"며 "시범구 확대는 이를수록 좋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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