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 길이 열렸다. 중고차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지 않으면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7일 중고차판매업 관련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심의위원회는 소상공인・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 대변 단체(법인) 및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천한 자 등 위원 15명 전원이 민간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중고차 시장 영세성 기준 충족 못해… 소비자 후생도 고려
심의위원회는 이날 오전부터 저녁까지 오랜 회의 끝에 중고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심의・의결했다. 미지정 사유는 △중고차 시장 규모의 영세성 기준 부적합 △완성차 업계 진출 시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 등이다.
중고차판매업은 서비스업 전체, ‘도‧소매업(표준산업분류 대분류)’, ‘자동차 및 부품 판매업(표준산업분류 중분류)’에 비해 소상공인 비중이 낮다. 특히 소상공인 연평균 매출액이 크며, 무급가족종사자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 지정요건 중 규모의 영세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심의위원회는 완성차업계의 중고차시장 진출로 소상공인의 피해가 충분히 예상되나 중고차시장이 지속 성장하는 시장이라고 봤다. 이에 완성차업계의 진출로 중고차 성능・상태 등 제품의 신뢰성 확보, 소비자 선택의 폭 확대 등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앞서 동반성장위원회는 실태조사, 전문가・소비자 의견수렴 등을 거쳐 2019년 11월 중고차판매업의 적합업종 부적합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동반위가 규모의 영세성 기준이 충족되지 않고, 대기업 간의 역차별 문제,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의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제시한 점도 함께 고려됐다.
다만 심의위원회는 현대자동차 및 기아의 중고자동차 시장 진출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피해가 충분히 예상되므로, 향후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에서 이러한 점 등을 고려해 적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부대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현대차 및 기아에 대해 올해 1월에 사업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현재 당사자 간 자율조정이 진행 중이며, 중기부는 중소기업 피해 실태조사 이후 사업조정심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중고차 시장 개방 여부 3년여 만에 결정··· 대기업 진출 임박
중고차 시장 개방 여부가 결정된 건 2019년 2월 중고차 업계가 “대기업의 진출을 막아달라”며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한 지 3년여 만이다.
당초 중고차판매업은 2013년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이후 2019년 2월 보호기간이 만료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시장 진출 길이 열렸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중고차 업계가 다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요청했고, 2020년 5월까지 결정해야 했지만 현재까지 지연됐다.
앞서 동반위는 중고차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서를 중기부에 제출했다. 중기부 장관은 3개월 내에 심의위 의결을 거쳐 적합업종을 지정·고시해야 하지만 이를 미뤄왔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 정치권이 중재에 나섰으나 타협안 도출에 최종 실패했다.
다시 공을 넘겨 받은 중기부는 지난해 12월 30일 심의위 개최를 공식 요청하고, 지난 1월 14일 첫 심의위를 열었다. 하지만 1차 회의는 완성차와 중고차업계의 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으며 결국 이달로 결정이 미뤄졌다.
그 사이 완성차 업계에서는 시장 진출을 위한 채비를 마친 상태다. 현대차는 중고차 매매업 허가를 받아 구체적인 사업 계획까지 공개했고, 기아는 지방자치단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도 중고차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