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이용대가 2라운드…넷플릭스 "OCA로 해결" vs SKB "타사는 비용 내"

2022-03-16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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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1차 변론…양측 입장 차이 뚜렷

[그래픽=아주경제]

글로벌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와 국내 통신사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대가를 놓고 2라운드를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오픈 커넥트 얼라이언스(OCA)를 활용하면 트래픽 폭증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빌 앤드 킵(Bill and Keep·상호 무정산)'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는 OCA를 활용하더라도 막대한 시설 투자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며, 다른 콘텐츠 제공사업자(CP)처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맞섰다. 

16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9-1부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넷플릭스는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가 OCA를 적용하면 불필요한 비용 지출 없이 소비자들에게 안정적이고 최적화된 형태로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다며 지난 2016년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SK브로드밴드와도 OCA를 통한 직접 연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OCA를 이용하면 SK브로드밴드도 큰 규모의 ISP에 지급해야 했던 트랜짓 비용을 아끼고, 콘텐츠를 더 원활하게 전송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비용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주장의 핵심은 '빌 앤드 킵' 원칙이다. 넷플릭스는 "상대방 ISP에게 비용을 요구하지 않고, CP와 ISP가 연결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각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인터넷 세계의 질서"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전 세계 7200개가 넘는 ISP들과 연결돼 있지만 SK브로드밴드를 제외하고는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ISP는 단 한 곳도 없다"며 "SK브로드밴드는 OCA를 국내 망 내에 설치하는 무상의 방안은 계속 거부하며, '돈을 달라'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는 '민법상 부당이득'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부당이득이 성립하려면 피해를 입어야 하나, SK브로드밴드가 소비자에게 인터넷 요금을 받고, 소비자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손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인터넷 전용회선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주장하지만, 넷플릭스는 이미 자체적으로 인터넷에 연결되는 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 SK브로드밴드가 제기한 급부부당이득이나 상인의 보수청구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수많은 국내외 ISP들처럼 OCA를 SK브로드밴드 망 내에 설치하면, SK브로드밴드가 주장하는 트래픽 문제는 쉽게 풀 수 있다"며 "'망 이용대가 지급 강제'라는 방식으로 망에 관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CP와 ISP가 협력하며 각자의 소임을 다했을 때 공동의 소비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국내 이용자들에게 송신하는 데이터는 매년 폭증하고 있고, SK브로드밴드는 더 이상 일방적으로 이러한 비용을 계속해 부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 2018년 1월 22Gbps에서 2021년 3월 900Gbps로 약 40배 폭증했다"고 밝혔다. 

또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전 세계 구독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2011년부터 약 1조2000억원을 들여 OCA를 구축했고, 매년 지속적으로 투자한다고 밝혔다"며 "이러한 투자 사실은 넷플릭스가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할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제로 보여 준다"고 강조했다.

OCA를 통해 트래픽 증가를 해결할 수 있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에 대해서는 "OCA를 국내 망에 설치하기 위해서는 다른 CDN 사업자들과 마찬가지로 국내망 이용료, 공간 사용료, 전기 사용료 등을 지불해야 한다"며 "국내 CP는 물론 페이스북, 디즈니+, 애플TV+ 등 해외 CP도 지불하고 있거나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겠다고 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제시한 '빌 앤 킵' 원칙이 망을 무상으로 이용하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회사는 "빌 앤 킵 정산 방식은 ISP 상호 간 적용되는 다양한 정산 방식 중 하나에 불과할 뿐 인터넷상 확립된 정산원칙이 아니므로, 상관습 또는 법원, 규범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CP인 원고들에게 적용되는 정산 방식이 아니므로 이 사건에서 적용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해서는 "ISP로서 상당한 투자를 해 망을 구축·관리하고 있고, 망을 통해 CP인 넷플릭스에 기간통신역무(인터넷 전용회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가 없이  망을 이용하게 할 이유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인터넷 전용회선 서비스를 제공 받아 이득을 얻기 때문에 급부부당이득이 성립된다고 전했다. 상법 제61조에 의한 상인의 보수청구를 주장하면서 상인인 SK브로드밴드가 영업범위 내에서 넷플릭스를 위한 행위를 했기 때문에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K브로드밴드의 법률대리인인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1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오수연 기자]

SK브로드밴드의 법률대리인인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이날 변론 이후 기자들과 만나 "넷플릭스가 만든 '오징어 게임' 등 여러 콘텐츠를 최종 이용자에게 보내는 의무가 누구에게 있느냐가 중요한 쟁점"이라고 밝혔다. 또한 "'빌 앤 킵'은 회계 방식 중 하나인데 이걸 인터넷 원칙으로 들고 나오는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2018년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지 않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관련 계약이 없었고, 엔지니어 간 합의가 된 사안이었으나 트래픽이 늘어나며 그제야 청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019년 11월 넷플릭스 트래픽이 급증해 전송 비용이 증가했지만, 망 이용대가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면서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방통위 중재 대신 소송을 택했다. 망 이용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2020년 4월 서울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법원은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줘, 넷플릭스는 지난해 6월 1심 패소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의 1심 결과, SK브로드밴드에 지불할 채무가 없다는 주장과, SK브로드밴드와 협상할 의무가 없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이 모두 각하·기각됐다. 

넷플릭스는 7월 항소를 제기하고, 이어 9월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는 취지의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았다. 

한편, 양사는 오는 5월 18일 2차 변론기일에 또다시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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