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법정 감염병 등급을 1급에서 하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등급을 낮출 경우 격리 의무화 조치가 해제되고, 무료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폐지될 가능성도 나온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감염병 등급 조정과 관련해 "오미크론 위험도가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는데 따라 중장기적 측면에서 사전적으로 검토에 착수하게 되는 과제"라며 "유행이 정점을 지나고 안정화되기 시작하면, 오미크론의 치명률이나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1급 감염병에서 해제하는 문제를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감염병을 1~4급으로 나눠 등급별로 확진자 신고와 관리 체계를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향후 코로나19가 2∼4급 감염병으로 분류된다면, 우선 확진자 신고 체계가 바뀌게 된다.
결핵, 수두, 홍역과 같은 2급 감염병이나 파상풍, B·C형간염, 일본뇌염 같은 3급 감염병으로 분류되면 의료진 등은 확진자 발생을 방역당국에 24시간 내 신고해야 한다. 확진자를 전수조사하는 것은 지금과 같지만, 신고 기한에 시간이 더 생기는 셈이다.
그러나 인플루엔자, 매독 등과 같은 4급 감염병으로 지정되면 이런 전수조사 없이 유행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표본감시'만 하게 된다. 4급 분류 시에는 당국이 모든 확진자 수를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처럼 매일 전국적인 확진자 규모를 산출할 수는 없다.
아울러 코로나19가 1급 감염병에서 제외되면 확진자 관리 방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현재는 1급 감염병과 2급 감염병 중 결핵, 홍역, 콜레라 등 11종 환자만 격리 의무가 있다.
1급 감염병의 경우 환자가 조사를 거부하면 강제조사를 실시하고 입원치료도 할 수 있다. 이 경우 국가가 치료비 전액을 지원한다. IT기술을 활용한 확진자 동선 추적 등은 주로 1급 감염병에 한해 가능하다. 현재 1급 감염병 17종은 확진 시 의무적으로 격리해야 한다.
2급 감염병 중에서는 질병관리청장이 지정한 11종만 격리·입원치료가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3∼4급 감염병의 경우 이런 조치의 법적 근거가 없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낮춰 격리 의무가 해제되면 치료비와 생활비를 환자가 부담하게 될 수 있다. PCR 검사가 유료화될 가능성도 있다.
김유미 방대본 일상방역관리팀장은 "입원·격리 수준이나 관련 예산에 따라 지원 범위가 다르다"며 "관계 부처와 현장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범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PCR 검사 무료(실시)는 방역상황에 맞춰 종합 검토한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다만 "보건소에서 실시되는 PCR검사 유료화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