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반대는 망각이 아니라 상상이다. 기억은 이미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는 과거로의 여행, 상상은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미리 가보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1948년에 부활한 이스라엘을 불과 70년 만에 세계 최고의 창업국가로 만든 ‘시몬 페레스’ 대통령이 자서전<작은 꿈을 위한 방은 없다>를 통해 남긴 메시지다. 누구도 아직 가보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는 힘이 소프트파워다.
대통령 당선인은 19대 다음의 20대 대통령이 아니라 '데이터 대항해 시대'라는 문명사적 소명을 안고 출발하는 첫 대통령이다. 500년 전 '대항해 시대'는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튼튼하고 안전한 배를 만들어 패권에 도전했다. 바람을 증기로, 증기를 엔진과 전기로 바꾸며 하드파워로 경쟁해왔다. 그러나 지금의 데이터라는 거대한 바다는 그런 배를 요구하지 않는다.
주인인 국민이 머슴인 당선인에게 바라는 것은 더 이상 하드파워 강국이 아니라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지만 훨씬 더 중요한 소프트파워 강국이다. 방을 단 한 개도 소유하지도 않은 ‘에어비인비’ 시가총액은 18만개의 방을 소유하고 있는 힐튼, 메리어트 호텔을 능가한다.
자동차를 단 한 대도 생산하지 않는 우버의 가치는 매년 200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세계 3대 자동차 회사를 능가한다. 혁신의 출발은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미리 가보는 상상이다. 발로 딛고 있는 지구 외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디지털 세상이 없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비옥한 디지털 토양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심지어 국경이 없는 무한의 영토다.
오늘 새로이 출발하는 당선인은 ‘임인경장’이라는 이름으로 거문고의 여섯 줄을 모두 새것으로 갈아 끼우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정치조차도 미래를 미리 상상하며 준비하는 봉사정신으로 재무장하며, 교육의 목표는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 줄 아는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 암기가 아니라 모든 교과목에서 상상력이 강조되어야 가능하다.
위험을 회피하는 금융에서 젊은이들은 도전하지 않는다. 위험을 감수할 줄 아는 소프트파워가 강한 금융이라야 한다. 미국발 경제위기를 안고 출범한 오바마는 첫해에 실업률 10%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주문했다. 좋은 아이디어라면 달나라까지라도 가서 모셔오겠다는 생각으로 인재를 등용했고 국내는 물론 외국 젊은이들의 가슴까지 뛰게 했다.
미국에서 성공한 기업의 48%는 외국인이 들어와서 만든 기업이다. 그는 불과 8년 만에 실업률을 4%로 진정시킬 수 있었다. 경상도 면적의 네덜란드가 미국 다음으로 농업 수출 2등을 일궈냈고 인구 130만명인 에스토니아는 세계에서 단위 인구당 창업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다.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으나 더 중요한 소프트파워가 강한 나라들의 모습이다.
당선인은 소프트파워가 잘 작동하도록 정치, 교육, 규제, 금융, 문화, 국방 등 여섯 개의 거문고 줄을 모두 바꾸는 ‘임인경장’을 준비해야 한다. 근면한 손발이라는 하드파워 위에 세계 최고의 두뇌로 소프트파워가 강한 나라를 만들어 ‘데이터 대항해 시대’를 지배하는 것이 우리의 시대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