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패닉] 출구안보이는 국제유가 시장

2022-03-0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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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를 내렸다. 그러잖아도 흔들리던 글로벌 원자재 시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전문 컨설팅 기업인 리스타드 에너지는 국제유가가 향후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8일(이하 현지시간) 전망했다. 서방의 제재로 하루 약 400만 배럴의 러시아산 원유가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가정에 근거한 추산치다. 

국제유가 이미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급 상황에 악재가 연이어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석유수출기구(OPEC)를 비롯한 산유국들은 아직 추가 증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란 핵 합의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8일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 공식 발표에 앞서 한때 8%대까지 급등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 원유 금수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중 한때 전날보다 배럴당 8% 이상 뛴 129.44달러까지 올랐다. WTI는 배럴당 3.6%(4.30달러) 상승한 123.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지난 6일 밤에도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한 바 있다. 미국이 러시아 원유를 수입하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원유 수급 상황에 근본적 변화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급등세는 다소 진정됐지만 향후 가격 흐름은 여전히 큰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세계 2위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는 원유와 석유 제품을 합쳐 하루 약 700만 배럴을 수출해왔다. 그러나 서방의 제재와 기업들의 자발적인 러시아 원유 구매 기피로 시장에서 러시아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국제유가 급등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골칫거리인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뉴욕타임스(NYT)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얼마나 상승할지 불투명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는 인플레이션 가속화 상황에서 휘발유 가격을 더욱 밀어올리는 등 미국 경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8일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산 원유 등 금수 조치를 밝히면서 이 같은 계획이 러시아 경제의 주요 동맥을 겨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휘발유 가격 상승 등 미국 경제에 타격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마저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사진=연합뉴스]


인플레이션 인사이트(Inflation Insights) 창업자인 오마이어 샤리프는 NYT에 "이번 금수 조치가 향후 유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인해 휘발유 가격이 확실히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번 금수 조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더 높이 끌어올릴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경제학자들은 경제적 결과의 규모는 향후 다른 국가들의 조치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 캐롤라인 베인은 "많은 국가들이 금수 조치에 참여하게 된다면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이 심각하게 줄어들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유럽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쉽게 금수 조치를 취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2022년 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크와시 쿠르텡 영국 산업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시장과 기업 등이 영국 수요의 8%를 차지하는 러시아산 석유를 대체할 충분한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유럽 국가들에 대한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실은 8일 저녁 (러시아 에너지에 대해) 유럽연합(EU)과 조율한 뒤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도 유럽의 러시아 의존도 감소 필요성은 인정했다. 

이탈리아가 러시아 가스에 매우 의존하고는 있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만약 유럽연합이 러시아 가스와 석유의 소비를 줄이기로 결정한다면 이탈리아는 이 노력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면서 중앙은행들은 더욱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8일 다우존스에 따르면 닐 시어링 캐피털이코노믹스(CE)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유가와 식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역대 최고치인 3%에 근접했다"며 "통화정책은 유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적인 유가 급등의 효과가 인플레이션을 높이겠지만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면 실질 소득이 줄어들고, 이는 중기적으로는 디인플레이션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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