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가 올해 초까지 5%대였던 일본 상장사 넥슨의 지분율을 최근 7%대로 끌어올렸다. PIF가 직접 밝힌 넥슨 주식 확보 목적은 '단순 투자'지만, 석유의존 탈피 등 국가경제 전략과 맞물린 행보로 해석된다.
9일 일본 전자공시시스템(EDINET·에디넷)에 따르면, PIF는 지난 3월 1일 기준으로 넥슨의 보통주 약 6371만주(지분율 7.09%)를 보유하고 있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PIF가 넥슨의 지분 매입에 들인 투자금은 총 1970억4463만엔(약 2조1061억원)에 달한다.
PIF는 과거 알 수 없는 시점부터 지난 1월 24일까지 넥슨의 주식 4341만주(지분율 4.83%)를 사들인데 이어 1월 25일부터 27일까지 166만4600주를 추가 취득했다. 이 시점까지 PIF가 넥슨 주식을 사는 데 쓴 돈은 1524억861만5000엔(약 1조6290억원)이었다.
이어 PIF는 지난 1월 28일부터 2월 14일까지 넥슨 주식 913만6200주(지분율 1.01%)를 211억4440만엔(약 2260억원)에 샀다. 이어 2월 15일부터 3월 1일까지 넥슨 주식 949만8600주(지분율 1.06%)를 234억9161만엔(약 2511억원)에 추가 매입했다.
PIF는 1월 25일부터 3월 1일까지 스물 네 번에 걸쳐 '시장내 취득' 방식으로 넥슨 주식을 확보하면서 꾸준히 지분율을 높이고 있다. 이제 PIF와 2020년 말 기준 넥슨의 3대 주주인 일본의 '마스타트러스트신탁은행'과 지분율 격차가 1%포인트에 불과하다.
넥슨이 지난 2021년 3월 25일 공시한 유가증권보고서를 통해 밝힌 2020년 12월 31일 기준 대주주 현황에 따르면 넥슨의 최대주주는 한국 법인인 지주사 NXC(지분율 28.6%)다. 2대 주주는 NXC의 벨기에 소재 투자전문 법인인 NXMH BV(18.8%)다.
PIF는 지난 1월 24일 이전 지분율 4.83%를 보유하면서 이미 4대 주주 자리를 차지했다. 기존 4대 주주인 'HSBC-FUND SERVICES CLIENTS A⁄C 006(지분율 4.3%)'는 5대 주주로 밀려났다. 서민 전 넥슨코리아 대표(지분율 1.0%)는 지분 서열 8위에서 9위가 됐다.
PIF는 앞서 EA, 테이크투, 캡콤, 디즈니 등 글로벌 게임·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투자했다. 지난 2월 말 8000억원을 들여 엔씨소프트 지분 6.69%를 사는 등 아시아 투자 비중을 키웠다. 이어 최근 넥슨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보고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선 모습이다.
PIF는 사우디 왕국의 실권자로 알려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공공투자펀드다. PIF의 최근 움직임은 사우디가 석유산업 의존도가 높은 국가경제의 체질 전환을 위해 게임과 같은 성장 유망 분야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우디는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의 지분 4%(96조원 상당)를 PIF에 이전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 2021년 1월 연설을 통해 이후 5년 간 PIF 운영 청사진을 제시했다. 오는 2025년까지 PIF 자산을 종전 두 배인 1조700억 달러(약 1322조원)로 키우고 사우디의 비석유산업 GDP 3200억 달러 달성, 일자리 180만개 창출 계획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