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국립광주박물관에서 ‘담양’ 특별전이 열렸다. 그때 담양 출신의 조현종 국립광주박물관장은 전시 도록 서문에 이렇게 썼다.
‘담양은 《호남가》에서 ‘백리 담양 흐르는 물’로 기억됩니다. 그만큼 담양은 물이 깊고 양지 바른 고을이라는 뜻입니다. 질펀한 물은 담양의 속살을 두텁게 만들어 넉넉하고 윤택한 삶을 지탱하였습니다. 그리고 대나무는 또 하나의 담양입니다. 들녘과 강산은 물론이려니와 사람들의 마을에도 푸른 대숲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곧게 서 있으되 부러지지 않고, 사철 푸르되 속을 비운 대나무는 이 풍진 세상에서 직립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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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는 사철 푸르되 속을 비웠다. 담양 소쇄원의 대나무[사진=이광표]](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2/03/09/20220309033833909650.jpg)
대나무는 사철 푸르되 속을 비웠다. 담양 소쇄원의 대나무[사진=이광표]
2010년부터 담양군 대덕면 용대리에서 문학 레지던시 공간 ‘글을낳는집’을 운영하는 김규성 시인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서울 중심이었지요. 그런데 문학에서 볼 때, 지방이 서울을 리드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처음이 조선시대 담양의 가사(歌辭)문학이었습니다. 당시 담양의 문학이 이 땅의 문학과 사상을 주도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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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정에 오르는 길. [사진=이광표]](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2/03/09/20220309034039571951.jpg)
송강정에 오르는 길. [사진=이광표]
담양의 명물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이 이국적인 가로수길은 1972년 조성되었다. 당시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담양 사람들은 이국의 나무를 도로변에 심는 파격을 감행했다. 그 결과, 50년이 흐른 지금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 가운데 하나로 꼽히게 되었다.
담양은 늘 이렇게 변화를 추구한다. 옛것은 옛것대로 잘 지키고 존중하되 무언가 새로움을 덧대어 변화를 추구한다.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심었고, 양곡창고를 멋진 문화공간으로 바꾸었고, 도심 한복판에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고 있고, 전통 5일장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시장 공간을 만들고 있다. 그 변화는 또 담양의 전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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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군의 '천년 담양' 문장(심벌마크).[사진=이광표]](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2/03/09/20220309034216866518.png)
담양군의 '천년 담양' 문장(심벌마크).[사진=이광표]
담양군이 이러한 문장을 창안한 것은 2018년. 담양 명명(命名) 1000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담양 땅은 백제 때는 추자혜(秋子兮)로 불렸고 통일신라 때에는 추성(秋成)으로 불렸다. 이어 고려 현종 때인 1018년에 담양이란 이름을 얻었다. 그 후 1000년이 지난 2018년, ‘천년 담양’을 선포하고 인문 역사 환경의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슬로건은 ‘천년 담양, 생태와 인문학으로 디자인하다.’ 지난 1000년을 이어받아 새로운 1000년을 꿈꾸려는 것으로, 지금도 담양 곳곳에서 이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있다.
담양의 문장은 ‘천년 담양’ 문장과 12개 읍·면 문장 등 모두 13개다. 문장들의 디자인을 해독해보면 담양의 역사와 내력, 문화와 풍속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담양군 전체를 상징하는 천년담양 문장은 가사문학을 상징하는 지구와 우주, 담양의 못(潭)과 볕(陽)을 상징하는 태양, 죽녹원을 상징하는 대나무, 누정문화를 상징하는 정자와 연못과 초목과 건물의 창, 산수정원을 상징하는 구름과 초목과 폭포, 가사문학을 상징하는 책 등을 아이콘처럼 디자인해 넣었다. 그러곤 화룡점정으로 ‘SINCE 1018’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편안하고 재미있다. 숨은그림찾기 하듯 저게 무얼까 하며 계속 들여다보게 만든다.‘SINCE 1018’에서는 담양의 자부심이 진하게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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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문화예술촌(옛 해동주조장)의 벽에 그려진 '천년 담양' 문장.[사진=이광표]](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2/03/09/20220309034409910747.jpg)
해동문화예술촌(옛 해동주조장)의 벽에 그려진 '천년 담양' 문장.[사진=이광표]
담양의 문장들은 고풍스럽고 품격이 있다. 담양 사람이건 여행객이건, 이 문장을 보면 담양이라는 도시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담양군은 이 문장을 만들면서 ‘천년 단양’ ‘인문 담양’을 선포했다. 도심에 있는 담양군청 직원 관사를 주민들이 함께하는 문화와 인문학의 공간으로 꾸미기도 했다. 이곳을 ‘인문학 가옥’이라 부른다. 이러한 움직임 모두 의미 있는 도전이고 그것들은 자연스레 담양의 역사와 문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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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가옥의 안내표지.[사진=담양군문화재단 제공]](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2/03/09/20220309034711410520.png)
인문학 가옥의 안내표지.[사진=담양군문화재단 제공]
담양의 문장은 지극히 ‘담양스럽다.’ 담양학(潭陽學)의 상징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담양학은 이제 앞으로의 1000년을 꿈꾸어야 한다. 그 자원은 풍부하다. 그리고 담양학은 현재도 곳곳에 살아 움직이고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1000년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좀 더 디테일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도시재생 프로젝트도 더 치밀하고 더 진정성 있게 꾸며나가야 한다. 해동문화예술촌의 경우, 해동주조장의 유·무형의 흔적을 적극적으로 회복하면 좋을 것 같다. 한국가사문학관과 한국대나무박물관은 전시공간의 구성이나 디자인, 전시 콘텐츠 등을 과감하게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두 박물관은 담양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박물관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세련되고 품격이 높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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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빛예술창고에 마련된 담양 역사 전시공간.[사진=이광표]](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2/03/09/20220309034858618086.jpg)
담빛예술창고에 마련된 담양 역사 전시공간.[사진=이광표]
<이광표 서원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
후원=담양군(군수 최형식) 뉴파워프리즈마(회장 최대규)
<참고문헌>
국립광주박물관 《담양》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