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전기차와 배터리, 인터넷 등 성장주에 가혹한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폭에 대한 전망을 약화시키면서 그동안 낙폭이 컸던 성장주에 다시 유리한 환경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유가 급등이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확산하면서 성장주에 불리한 환경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7일까지 'KRX 전기차 톱(Top) 15' 지수는 2826.25에서 2588.87로 8.40% 하락했다.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고 실제 러시아의 침공으로 이어진 이 기간 동안 주요 테마형 지수 중에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KRX 전기차 톱(Top) 15 지수뿐만 아니라 'KRX 2차전지 K-뉴딜지수'를 비롯해 'KRX BBIG K-뉴딜지수' 등 국내 주요 성장주로 구성된 지수 역시 같은 기간 하락폭 상위권을 기록했다. KRX 2차전지 K-뉴딜지수의 경우 이 기간 동안 6.81%로 하락폭 3위를 기록했고 KRX BBIG K-뉴딜지수는 4.82% 떨어졌다.
8일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KRX 2차전지 K-뉴딜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64% 하락했고 KRX 전기차 톱(Top) 15 지수는 2.09% 내림세로 거래를 마쳤다.
주요 지수뿐만 아니라 성장주로 꼽히는 개별 종목들의 주가 역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달 18일 7만4300원에서 이달 7일 7만100원으로 5.65% 떨어졌고 8일에도 전 거래일 대비 0.86% 추가 하락했다. 인터넷 대표 성장주인 네이버(NAVER)도 같은 기간 주가가 3.46% 주저앉았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적 컨센서스의 지속적인 상승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가는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슈에 따른 거시경제 훼손 우려와 금리상승에 따른 주식 시장 할인율 상승, 밸류에이션 하락 때문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분간 성장주에 불리한 주식 시장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미국 인플레이션 상승 시기에 성장주의 성과가 가치주보다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노 연구원은 "1970년대 미국은 콘퍼런스보드 미국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하고 10년 추세 이상 인플레이션이 동행했던 구간"이라며 "당시 주식시장 내 스타일 기준으로 가치주가 성장주를 아웃퍼폼했다"고 설명했다.
성장주가 지난해 하반기 들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다시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치명적이지 않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을 통한 간접적인 여파가 관건"이라며 "올해 상반기에는 주가수익비율(PER) 하락 압력이 예상되고 하반기 성장률과 기업이익 둔화가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재차 성장주가 부상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