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탑텐'과 '지오지아' 등을 보유한 국내 의류업체 신성통상의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이 일찌감치 장남인 상원씨를 중심으로 승계 구도의 밑그림을 그려왔는데, 염상원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가나안이 올 들어 신성통상 지분 확대에 나서면서 그룹 내에서 지배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가나안은 지난 3일 신성통상 보통주 8만주를 장내 매수하는 등 올 들어 23차례에 걸쳐 250만주를 매수했다. 매입 금액만 총 89억원에 달한다.
가나안은 1985년 염 회장이 설립한 가방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업으로, 2002년 대우그룹 계열사였던 신성통상을 인수했다. 신성통상의 지분구조를 보면 가나안이 39.93%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이며, 에이션패션(17.66%), 염태순(8.21%), 염 회장의 세 딸인 혜영‧혜근‧혜민씨가 각각 3.30%의 지분을 갖고 있다.
가나안은 염 회장의 장남 상원씨가 지분 82.43%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신성통상의 지배구조는 ‘염상원→가나안→신성통상’으로 이어지는 형태다. 가나안이 신성통상의 지분을 늘리면 염상원씨의 지배력 또한 높아지는 구조다.
염 회장은 일찌감치 상원씨에게 회사를 물려주기 위해 후계구도를 구축해왔다. 2008년까지 가나안의 최대주주는 염 회장으로 71.0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9년 가나안은 주식 수를 38만주에서 58만주로 늘렸고, 이 과정에서 염상원씨는 가나안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동시에 82.43%의 지분을 증여받았다. 이로 인해 염상원씨는 단숨에 지배구조 최정점에 오르게 됐다.
염상원씨는 2020년 가나안 경영지원본부 과장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가나안은 지난 2020년부터 신성통상의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는데, 2세인 염상원씨가 본인의 자금을 들이지 않고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는 셈이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가나안의 주식매입은 주가 관리 차원일 뿐 다른 이슈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주가 부양이라는 명목으로 장남의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내에서 염태순 회장의 지분율이 줄고 지배력이 낮아져 장남인 염상원씨에게 지분 승계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