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던 공매도가 다시 국내 주식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공매도 제도 개선' 대선공약과 함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이슈가 부각되며 폭락장 속에서 공매도 잔고는 급증하는 추세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월 24일 기준 코스피 공매도 잔고는 10조552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구성 종목을 대상으로 공매도가 부분 재개된 이후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공매도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충격에서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2020년 3월 전면 중단된 바 있다. 이후 1년 2개월이 지난 2021년 5월 3일 부분 재개됐다. 당시 공매도 잔고는 4조7947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집계된 공매도 잔고는 11조원에 육박해 부분 재개 시점과 비교하면 약 2.20배 증가한 수준이다.
공매도 잔고가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22년 2월 들어서다. 1월 말 기준 9조8938억원이던 공매도 잔고는 2월 첫 거래일인 2월 3일에만 3674억원 늘어나며 10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약 1개월 사이에 70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며 1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공매도가 국내 주식시장 안팎에서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정부 정책과 대선, 국내 증시 상황이 겹치면서다. 공매도 부분 재개 이후 전면 재개 시점에 대한 관심이 커지던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1월 말 '2022년 대외경제정책 추진전략'을 통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가장 큰 걸림돌이던 외환거래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것이 골자이지만 공매도 부분 재개 역시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을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만큼 전면 재개 여부 및 시점에 다시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대선 후보들은 공매도 개선 카드를 꺼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롯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등 주요 대선 후보들은 그동안 공매도 폐지를 주장해온 개인투자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저마다 공매도 제도 개선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횟수 및 속도에 대한 우려,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내 증시가 다시 급락을 시현하면서 공매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 커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정부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목표로 잡은 만큼 공매도 전면 재개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면 재개로 공매도 잔고가 현재 수준에서 더 늘어날 수 있지만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든 종목을 대상으로 공매도가 가능했던 시기에도 코스피200 구성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뿐만 아니라 이외 종목에 대해 공매도가 재개되더라도 시장 전체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공매도 제도가 일부 개선된 이후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컸던 만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