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를 찾아서] 전중선 포스코 사장, 그룹 변화를 주도한 '재무전문가'

2022-02-28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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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그룹의 지주사 포스코홀딩스가 출범을 앞두고 최정우 회장과 함께 그룹을 이끌어갈 전중선 사장에게 쏠리는 관심이 크다. 
 
전 사장은 그동안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사장에 이은 그룹 넘버 4의 이미지가 강했으나, 탁월한 경영능력을 검증하면서 단숨에 지주사 2인자에 올랐다.

지주사에서는 경영전략팀장과 함께 그룹 최대 현안인 안전을 책임진다. 출범도 전에 잡음이 많이 들리는 지주사인 만큼 전 사장의 어깨가 무겁기만 하다.
 
전 사장은 1962년생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포스코 입사 후 △원료구매실장 △전략위원 △경영전략실장 △가치경영센터장 △전략기획본부장 △글로벌인프라부문장을 거쳤다.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한 후 현재는 포스코홀딩스 CSO(최고안전책임자) 겸 경영전략팀장 자리에 내정됐다. 
 
문과 출신임에도 숫자에 능하다. 철강 전문가 김 부회장, 자원 전문가 민 사장과 함께 그는 그룹 내 재무통으로 통한다. 포스코의 콘퍼런스콜 진행을 도맡아 하고 있는데, 증권사 연구원의 다소 난감한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그룹 내 재무, 경영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사내정치적 측면에서는 김 부회장을 선두로 한 서울대 금속공학과, 포항공대 출신과 비교해 지지기반이 약하며, 최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방대 라인에도 다소 밀린다. 여담으로 목소리가 최 회장과 비슷해 소개가 없으면 구별하기 힘들다.
 
◆그룹 최고의 재무전문가, 구조조정의 달인
 2018년 최정후 체제가 시작되면서 포스코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편과 함께 포스코케미칼을 필두로 한 신사업 진출이 그것이다.
 
최 회장 첫 해에만 수조원 규모의 계열사 간 구조조정이 이뤄졌으며, 투자 계획 규모는 40조원을 넘어섰다. 격변기를 맞은 포스코에서 전 사장은 포스코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전략기획본부를 이끌었다.
 
△2018년 8월 금속제품 도매 계열사 포스코P&S 흡수합병 △합성천연가스(SNG) 사업 중단 결정 및 설비 매각 △2019년 압축연속주조압(CEM) 설비 가동 중단 △2019년 3분기 페로실리콘 생산공장 매각 결정 등에서 핵심역할을 한 것이 전 사장이다. 지난해에는 포스코터미날을 중심으로 한 물류사업 통합 작업을 진행했는데, 정리의 달인으로 불릴 만하다.
 
광양 SNG 설비 매각 등이 현재까지 난항을 겪고 있지만, 전 사장이 포스코의 재무구조 개선에 막대한 기여를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는 포스코그룹의 신사업 육성을 위한 토대도 마련했다. 2018년 말 포스코켐텍과 양극재 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ESM을 합병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출범한 포스코케미칼은 출범 3년 만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기준 매출 1조9895억원에 영업이익 121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20년과 비교해 두 배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에너지소재사업 매출액이 눈에 띈다. 포스코케미칼 출범 첫해 에너지소재사업 매출은 219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8518억원까지 289% 확대됐다.
 
◆본게임은 지금부터, 기업가치 제고·안전대책이 숙제
지난해 말 포스코는 민영화에 이은 대변화를 맞이했다. 지주사 전환이 그것이다. 그동안의 구조조정은 사실 지주사 출범을 위한 밑작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스코그룹은 지주사 출범의 이유를 철강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고 에너지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지주사 출범과 함께 포스코는 수소, 배터리 소재, 에너지, AI(인공지능) 등 미래 신사업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 사장 입장에서는 이제 본 게임에 돌입한 것이다. 그는 경영전략 수립과 실행에 있어 최고라는 평을 받는데, 이제는 구조조정이 아닌 투자가 중심이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인수합병(M&A)은 물론 수조원대 투자도 이뤄질 예정이다.
 
전 사장은 사실 예언에 가까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위치인데, 과거의 일을 정리하는 데 있어 압도적인 성적을 낸 전 사장이 미래투자에 있어서는 어떤 성과를 낼지 관심이 모인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최 회장의 후계자를 김 부회장과 민 사장으로 압축해왔는데, 지주사 출범 후 단기적 성과에 따라 전 사장의 위상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시급한 숙제는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실적과 함께 올해까지 철강시장 호황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국내 1위 제강사 포스코의 주가는 저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4.13배, PBR(주가/주당 순자산가치)는 0.42배로 시장에서 본 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 성공적인 신사업 진출에도 주가는 2018년 말(주당 24만3000원) 수준인 27만5500원(2월 25일 종가 기준)을 기록 중이다. 시장에서는 주가가 60만원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여전히 회복이 더디다.
 
이는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이지 못한 주식임을 의미한다. 특히 지주사 출범과 함께 주력사업인 철강부문이 비상장사로 전환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많다. 포스코의 중장기 전략은 이미 발표됐고, 시장은 여전히 냉담한 상황에서 전 사장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새로운 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안전 문제도 커다란 숙제다. 지난달 28일 포스코그룹 인재경영실은 이사회 등에 지주사 및 철강사 조직개편안을 보고하면서 전 사장의 CSO 직위를 경영전략팀장 위로 뒀다. 조직도상에서는 CSO의 책임이 더 큼을 의미한다.
 
지난해 최 회장이 국회 산재청문회에 끌려가 수모를 당했을 정도로 포스코에 안전은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특히 올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인해 사망사고에 대한 CSO의 책임은 예년과 결이 다르다.
 
자칫 재무통으로서 실력을 펴보기도 전에 수감생활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지주사의 CSO로 제철소 내 산재 사고에 대한 책임을 오로지 홀로 짊어지진 않겠지만 결국 최 회장으로 이어지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는데, 단순 안전설비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업무만 가중될 뿐 사고가 줄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생산 현장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전 사장의 경우 이 부분이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현재까지 지주사 차원의 안전대책은 발표되지 않았는데, 탁상공론 수준의 안전대책은 노동자뿐 아니라 전 사장 본인에게도 위기가 될 수 있다. 
 

전중선 포스코 사장 [사진=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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