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發 인플레 공포] 러, '유럽의 곡창지대' 타격…세계 곳곳서 비명 터지나

2022-02-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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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항구 닫혔다...곡물 가격 고공행진

식료품 가격 치솟으며 가계살림 더 팍팍…"올가을 식량난 발생"

안 그래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른 세계 식료품값에 러시아가 기름을 붓고 있다. 유럽의 '곡창지대'로 통하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중단되면, 각종 식료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전망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고 있는 취약 국가들의 가계 살림이 팍팍해지며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우크라 항구 닫혔다...곡물 가격 고공행진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한 침공을 개시하자, 밀과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이 빠른 속도로 치솟았다고 2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연질 적동소맥 선물은 5.7%까지 상승하며 부셸당 9.347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1년 4월 이후 최고가다. 옥수수 선물은 1.3% 오른 9.9025달러에 장을 마감하면서 작년 5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칼레스와리 인터콘티넨탈의 그나나세카르 티아가라잔은 "이러한 곡물 가격 반등은 순전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며 "가격은 앞으로 몇 주 동안 더 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유럽의 빵공장’으로 통하는 우크라이나는 밀, 보리, 호밀, 옥수수 등 각종 곡물을 생산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세계 밀 무역의 4분의1 이상을 차지하는 등 세계 곡물 시장의 주요 공급처다. 
 
그런데 러시아의 침공에 우크라이나 항구들이 조만간 모두 폐쇄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도 중단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세계에서 손꼽히는 주요 곡물 기업 다수는 우크라이나에 있다. 이들 기업 역시 이번 침공으로 문을 닫게 됐다. 세계 4대 주요 메이저 곡물 기업인 번지는 우크라이나 내 오일시드 가공시설 2곳을, 세계 최대 농업 가공회사로 통하는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는 오데사 항구에 있는 오일시드 파쇄 공장을 폐쇄했다.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을 규탄하는 시위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아시아를 거쳐 중동, 아프리카에 이르는 광범위한 국가들에 곡물을 공급하기 때문에 이 두 나라의 분쟁은 세계 각국에 식량난을 불러올 수 있다.
 
런던 라보뱅크의 마이클 마그도비츠는 "우크라이나는 올해 밀 600만톤과 옥수수 1500만톤을 선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매자들이 미국과 유럽연합(EU)과 같은 다른 나라들로 눈을 돌릴 수 있겠지만, 우크라이나의 역할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곡물 가격 상승은 비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농작물 생산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비료가격 부담에 농부들은 작물 수확량을 줄일 것이고 이는 인플레이션 악화를 초래한다.
 
"올가을 식량난 발생"…곳곳 비명 터지나
남아메리카의 가뭄도 곡물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세계 1위 콩 생산국인 브라질을 포함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 주요 곡물 수출 나라들의 수확량은 대폭 감소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블룸버그는 "향후 곡물 수요는 미국으로 몰릴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곡물 가격 상승을 유도할 것"이라고 짚었다. 

곡물 가격 상승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식료품 가격을 끌어올리며 세계 곳곳의 가계 살림을 압박한다는 점이다. 전 세계의 식료품 가격은 1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매달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FFPI)는 지난 1월 135.7을 기록해 '아랍의 봄' 사태로 국제 식량 가격이 급등했던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가을 식량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서치회사인 민텍의 카일 홀랜드는 “아직 수확기가 몇 달 남았지만, 갈등이 장기화되면 오는 가을 식량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소비자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동, 아프리카 취약 국가들의 정치적 불안도 가중될 수도 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식량 가격은 10년 내 최고로, 2010년 말 시작된 '아랍의 봄' 시절에 비견될 정도다. 소싱인더스트리그룹의 돈 티우라는 “중동과 아프리카 등 많은 나라는 우크라이나산 밀과 옥수수에 의존하고 있다”며 “공급 차질은 이들 지역의 식량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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