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크림위기 우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정부, 국제사회 제재 동참

2022-02-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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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 내 자국민 보호 명분 병력 투입

미국·유럽연합, 러시아 자산 동결 등 제재 나서

러시아가 국제사회를 등지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지난해 말부터 엄습해 온 불안과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러시아는 24일(현지시간) 새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사작전을 승인하자 우크라이나 동부·남부·북부 3면에서 일제히 공격을 개시했다. 이후 러시아 국방부는 자국 군대가 우크라이나의 육상 군시설 83곳을 공격·무력화해 첫날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이 북부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를 점령했다며 "원전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게 됐다. 오늘날 유럽에 가장 심각한 위협 중 하나"라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침공 첫날에만 우크라이나인 220여명이 사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자산 동결과 같은 금융제재는 물론이고, 에너지 수출을 통제하는 경제제재 방침을 잇따라 발표·승인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뒤늦게 국제사회 제재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수순 재현···러시아 "군 투입 정당"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한 전철역에서 반려견을 품에 안은 여성이 아이의 손을 잡고 바삐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러시아 침공으로 제2의 크림 위기는 물론이고, 이른바 신냉전 시대가 재현되는 조짐이다.

크림위기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사건을 말한다. 그해 3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상원에 크림반도에서의 무력 사용 승인을 요청했고,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요청 명분은 "우크라이나에 조성된 비상 상황과 러시아 주민 및 교포, 주둔 중인 군인들의 생명에 대한 위협을 고려해 정치·사회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군을 사용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이미 크림반도에 침투해 있었다. 얼굴을 다 감싸는 바라클라바를 쓴 그들은 '리틀 그린맨(little green man)'이라고 불렸다. 국가를 나타내는 표식과 차량 표지판을 떼고 활동한 탓에 러시아군이 맞는지 당시에는 확신할 수 없었으나, 이듬해 푸틴 대통령이 사실을 인정했다.

당초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자치공화국은 친유럽 노선을 탄 새 정부와 이에 반대하는 세력이 충돌했다. 그리고 러시아는 그 틈을 파고들어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주민투표를 거쳤는데 96.6%가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날 우크라이나 상황도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있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고, 평화 유지를 명분으로 이 지역에 군을 투입했다.

푸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난 2014~2015년과 마찬가지로 이 지역에서 전격전을 벌이려 하고 있다"며 "돈바스 지역 거주자들은 연일 포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민스크 협정을 위반하고 있고, 현지 러시아계 주민들이 위급 상황에 놓여 있다는 명분이었다. 흐름상 DPR, LPR도 크림반도처럼 향후 합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돈바스는 수도 키예프와 달리 친러 성향이 강하다. 공식 언어가 러시아어인 데다 화폐도 러시아 루블화를 사용한다. 돈바스 인구의 30% 이상이 러시아 여권을 소지한 러시아인으로,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 대비 러시아인 비율(17.3%)을 크게 웃돈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센터(Levada Center)가 지난해 돈바스 거주민 1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DPR, LPR를 독립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2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러시아에 통합되길 바란다는 응답률은 25%로, 우크라이나에 반환해야 한다는 응답률(10%)의 두 배 이상이었다.

◆정부 "국제사회 대러 제재 동참 큰 의미···독자제재 고려 안해"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외교부는 전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어떠한 형태로든 전면전을 감행할 경우 우리 정부도 대러 수출통제 등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에 처음 동참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며, 제재 동참 여부에는 말을 아껴왔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긴박해지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연합(EU), 호주, 일본 등이 대러 제재에 나서는데 미국 주요 동맹국 중 한국만 소극적이란 비판을 의식했다는 시각도 있다.

과거 우리 정부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및 우크라이나 상공에서의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 사건 당시, 미국이 대러 제재 협조를 요청했으나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 국제사회 제재에 동참하는 것만으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가 국제 경제에서 차지하는 것도 있고, 우리가 고려할 때 이렇게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메시지를 바깥에 내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독자제재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거듭 못박았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국제사회의 수출 통제를 포함한 제재에 동참하는 것"이라며 "일부 국가가 독자적인 것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런 것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부연했다.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도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무력 침공 억제와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경제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지를 보내며 이에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무고한 인명 피해를 야기하는 무력 사용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밤 늦게 러시아를 규탄하는 성명도 내놨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은 유엔헌장 원칙을 위배하는 행위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우크라이나의 주권·영토 보전과 독립은 존중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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