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종이 우크라이나발 전쟁 이슈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선업황 개선은 현재 진행형으로 그간 상승한 신조선가가 반영된 선박 건조가 본격화 됨에 따라 이익은 개선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가 당장 조선업계의 실적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만큼 긴 호흡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월 들어 국내 조선업계 관련주는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의 긴축 우려에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지난 23일의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21.90%가, 현대미포조선은 11.04% 상승했다. 이외에도 삼성중공업과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은 각각 6.65%, 6.97%, 7.35%가 올랐다. 전날 주가 급등은 독일 정부가 러시아와 진행 중이던 ‘노드스트림2’(Nord Stream2) 사업의 승인 절차를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노드스트림2 사업은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송하기 위한 해저 가스관 사업이다. 유럽의 경우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가스관을 통해 조달 받고 있는데, 해저 가스관 사업이 중단되면 미국산 가스를 LNG선을 통해 수입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LNG선의 장기 수요 증가 기대로 이어질 수 있어 국내 조선업계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하지만 조선업계 현업에서는 당장의 이익개선으로 이어진다는 기대감은 접는 게 좋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조선업 빅3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슬롯(건조공간)은 2~3년치 예약 물량이 차 있는 상태다. 지금 당장 발주가 이뤄진다 해도 최소 2년 후에 수주 받은 선박을 건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선박 건조 기간이 최소 2년여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선박을 인도받는 시기는 어림잡아 2025~2026년이 된다. 즉 우크라이나 사태가 빠르게 종식되고, 가스관 사업이 다시 진행된다면 이 같은 기대감은 단기적인 모멘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하는 모습이다. 김용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이 LNG 수입 경로를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LNG선이 중장기적인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으나,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오늘 당장 LNG선 발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인도시점은 약 3년 뒤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제재가 장기화된다는 점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업종 내 파급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마무리돼도 친환경 관련 LNG 수요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의 LNG 수입라인 다변화는 지속될 것”이라며 “조선사 입장에서는 호황인 LNG선의 중장기 성장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LNG선을 중심으로 신조 물량이 꾸준히 유입 중인 만큼 조선업계의 이익 개선세는 앞으로 더 빨라질 수 있어 긍정적이다. 이는 선박의 대기오염 방지 환경규제에 따라 노후선 교체 수요가 몰리고 있는 데다 LNG 수요 증가에 따른 LNG선박의 신조선가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광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LNG선 1대의 선가는 2020년 1억8600만 달러에서 현재 2억1700만 달러까지 올랐고 한국 조선업체는 2억2300만 달러 계약도 체결한 상황”이라며 “이 LNG선들이 본격 인도가 이뤄질 경우 조선업체들의 2024~2025년 실적은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3일의 주가 급등은 계산적이기보다는 모멘텀이었고, 너무 빨라서 주의가 필요하다”며 주가 선반영이 강력한 만큼 변동성이 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유로존의 갈등 완화, 협상 재개, 노드스트림2의 운명 등에 따라 주가는 부침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의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는 투자자들만이 조선업종에 투자하기를 권고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