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우크라] 대러 제재발 인플레 공포? 세계경제 전망치 더 낮아진다

2022-02-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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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지배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두 지역에 대해 독립을 승인하면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차례로 제재를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서방의 제재가 전 세계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경제학자들이 우크라 위기발 경기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억눌렸던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시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 에너지·원자재·식품 등의 공급이 제한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이미 수요 폭증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명백한 상황에서 위기의 파급력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 통계정보 제공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명목GDP는 각각 전 세계 GDP에서 1.95%, 0.14%를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경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영국 경제정책연구소인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 에너지 산업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거나,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천연가스 수출을 제한하면 세계 경제성장률이 뚜렷하게 둔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NIESR는 이런 가정이 현실화하면 2022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기존 예상치에서 1%포인트 이상 하락한 3.3%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유럽은 경제성장률이 기존 3.8%에서 2.1%로 둔화하며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이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러시아를 대신하는 에너지 공급처를 찾기는 쉽지 않다. EU 통계청에 따르면 EU는 2021년 상반기 동안 전체 천연가스 수입량 중 47%를 러시아산에 의존하고 있다. 2위를 차지한 노르웨이가 비율은 21%에 불과하다. EU는 전체 원유 수입량 중 4분의 1가량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제프리 쇼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러시아산 가스 수입량이 줄어든다면 당장 이를 대체할 공급처를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도 타격이 만만치 않다. WSJ는 EU가 러시아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러시아는 EU를 대체하는 수출처를 찾기 위해 중국 등과 관계를 긴밀히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천연가스를 중국에 보낼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제조사업체 CEIC가 러시아 세관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는 러시아 천연가스 수출량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 독일의 31%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러시아가 니켈·구리·알루미늄·팔라듐 등 원자재의 주요 생산국이라는 점 역시 세계 경제 회복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역시 수년간 세계에 점점 더 많은 원자재를 공급해 왔다. 이미 반도체 공급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와 전기차 등 첨단 사업의 주요 재료로 사용되는 광물 공급이 더 어려워지면 업계 전망이 어두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컨설팅업체 키어니의 퍼 홍 선임이사는 "미국 반도체 산업은 우크라이나가 제공하는 반도체 원료인 네온 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반도체·제트 엔진·자동차·의약품 등에 사용되는 주요 재료들을 공급해 왔다"고 이날 CNBC에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은 식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농무부는 이들 국가는 전 세계 밀 수출의 29%를 차지한다고 밝혔으며, 러시아는 요소와 칼륨 등 비료 재료의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러한 품목의 공급이 감소하면 식품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CNBC는 이미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밀과 옥수수 선물 가격은 올해 초 이후 각각 12%, 14.5% 급등했다고 밝혔다. 

한편 WSJ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수출품에 직접적인 타격이 없더라도 양국 간 긴장 악화가 운송 비용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본사를 둔 해운 컨설팅업체인 차터러스의 올렉 솔로두코브 이사는 이번 우크라이나 위기로 인해 보험료 등이 오르며 러시아 인근 흑해 항구의 운임 비용이 톤(t)당 3~5달러 상승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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