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면서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 더 이상 국민연금이 노후 소득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만큼 제도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정부 전망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2년 적자를 내기 시작해 2057년이면 기금이 고갈된다. 이 상태가 이어지면 1990년생 이후는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상황이 급박해지면서 국민연금 재정건전성을 하루빨리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화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데 국민연금 원래 기능인 노후 보장을 위한 급여액이 점차 바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인구 변화를 반영해 지난 17일 출범한 '4기 인구정책 TF'에서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을 높이고, 다층적인 노후소득보장 강화 방안과 연계하는 대책을 찾을 계획이다.
이를 실현할 방안으로는 1998년 이후 20년 넘게 같은 수준을 유지해온 보험료율(소득월액 대비 9%)을 12% 혹은 그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과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춰 지급기간을 줄이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퇴직연금 도입 확대와 운용수익률 제고, 개인연금 가입 유인 강화 등으로 노후소득 보장에 충분하지 않은 공적연금을 보완하겠다는 구상도 포함돼 있다.
필요하다면 국민연금의 제5차 재정계산과 연계해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재정계산 작업을 하고 있는데 내년 공개를 목표로 올해 일찌감치 5차 재정추계 작업에 착수했다.
이 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보험료율과 연금지급률 등 연금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어서 내년에는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대선 후보들도 국민연금 재정건전성을 위한 연금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1차 TV 토론회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누가 대통령이 돼도 국민연금 개혁하겠다고 공동 선언하는 것이 어떤가"라고 제안하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좋은 의견"이라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연금개혁은 선택이 아니다. 안 할 수 없다"고 공감했으며,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웃음으로 동의했다.
다만 구체적 실행 방안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연금개혁은 국가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지만 대선 주자들은 표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 아래 구체적 연금개혁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후보 간 연금개혁 합의가 빈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국민연금을 이대로 두면 젊은 세대, 미래 세대의 부담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불어나는 만큼 현세대가 더 부담하겠다는 원칙에 일부라도 합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명 한국연금학회장(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도 누릴 지속 가능성, 세대 간 형평성·공평성, 급여 적절성 등을 보장하는 쪽으로 원칙과 방향을 정하고 개혁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