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석장 붕괴 사고로 인명 피해를 낸 삼표산업이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적용 1호' 기업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가 조사에 착수했으나 법 시행 초기 단계인 만큼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결과가 나와도 혼란만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는 암석에 구멍을 뚫는 작업 중 토사가 무너져 내리면서 작업자 3명이 매몰돼 숨졌다. 고용부는 즉각 사고 원인 등 진상 규명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삼표산업 법인과 양주 사업소장을 입건했다. 또 삼표산업이 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본사에서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하고, 본사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 중이다. 이달 초에는 삼표산업 대표이사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고용부는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삼표산업 전국 사업장에 대한 특별감독도 이달 21일부터 시행했다. 특별감독은 채석장과 래미콘, 모르타르 등 삼표 전 사업 분야를 대상으로 벌일 방침이다. 고용부는 "이번 특별감독에서는 분야별 사망 사고 핵심 위험 요인을 중심으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수칙 준수 여부 전반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 조사의 핵심은 삼표산업이 사전에 위험성 평가를 제대로 했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 위반 여부는 중대재해법 시행령 4조를 놓고 중점적인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해당 조항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 조치 관련 9가지 의무 사항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에서도 △위험성 평가를 제대로 했는지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마련했는지 △도급 용역 위탁 시 안전 확보를 위한 절차를 마련하고 이행했는지 등을 핵심적으로 짚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대재해법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첫 판례가 나오기 전까지는 혼란이 예상된다. 앞서 고용부가 배포한 해설서를 보면 '도급이나 용역 관계에서 예방책임은 실질적으로 사업을 지배·운영·관리하는 자가 진다'고 적혀 있다. 여기서 '실질적'이라는 표현 자체가 모호하고 어떤 의사 결정을 내리는 사람을 지배·운영·관리하는 자라고 칭할 수 있는지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책임 주체에 대한 해석과 대응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상욱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법 조항을 보면 다소 추상적인 규정이 있고, 어떤 게 처벌 대상인지 애매해 자의적 판단이 허용되는 부분도 있다"면서 "고용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부 역시 고심이 깊다. 법 적용과 해석을 두고 수사 과정뿐만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도 여러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부에서 중대재해법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는데 법원 판결이 다르게 나오게 되면 사회적으로 파장이 커질 수 있어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법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처리 윤곽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삼표산업이 중대재해법을 위반했는지 등 조사 과정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면서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