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측은 그룹과 인연이 있다고 해도 퇴직 이후 교수로 재직하는 등 재단 관련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등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부 전문가들은 이사회 본래의 역할인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구성원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LG연암문화재단과 LG연암학원, LG복지재단, LG상록재단 등 4개 공익재단의 이사장은 이문호 전 연암대학교 총장이다. 오너일가가 아닌 인사가 재단 이사장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이들 공익재단 4곳은 역대 LG 총수가 설립했고, 이사장도 총수가 맡아왔다.
이문호 이사장은 1966년 락희화학공업(현 LG화학)에 입사 후 LG그룹 구조조정본부장, LG인화원 고문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LG연암학원도 LG연암문화재단과 마찬가지로 이사진이 전직 계열사 임원 출신으로 꾸려졌다.
LG연암학원의 등기이사는 김용환(현 서울대 교수·전 팜한농 대표이사), 강유식(전 LG부회장), 김영기(전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이사장·LG부사장), 육근열(현 연암대 총장·전 LG경영개발원 부사장), 안승권(현 연암공과대 총장·전 LG사이언스파크 대표이사), 정창훈(전 LG아트센터 대표·LG경영개발원 브랜드담당 상무), 김대훈(현 중앙대 교수·전 LG CNS 사장) 이사 등 총 7명이다.
LG연암학원 이사 중 가장 오래된 인물은 김용환 이사다. 김 이사는 지난 2017년 3월 재단 등기이사로 등재됐다.
김 이사가 대표로 재직했던 팜한농(옛 동부팜한농)은 농약·비료 등을 제조하는 국내 대표 그린바이오 기업이다. 지난 2016년 초 LG화학에 인수되면서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됐다. 당시 팜한농의 대표이사는 김용환 이사였으며, 2018년 11월까지 이 회사의 대표로 재직했다.
LG그룹 공익재단은 이사회 독립성 훼손으로 그간 꾸준히 지적받아왔음에도 변화를 엿보기는 어려웠다.
LG연암학원은 지난해 이사진을 대거 교체했다. 당시 이사진에서 이문호 이사장과 김용환 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이 새로 등재됐다. 강유식, 김영기, 육근열, 안승권, 정창훈 이사는 연초인 5월에, 김대훈 이사는 연말인 12월에 등기이사로 취임했다. 사실상 이사회 구성원들을 내부 출신으로 물갈이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외부에선 이사회가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과 함께 독립성 훼손 수준이 심각하다는 의견들을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공익재단 관련 전문가는 “이사회는 재단이 제대로 운영되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내부 출신으로만 구성돼 있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재단 측은 이사진 구성이 LG그룹과 인연이 있다고 해도 퇴직 이후 교수 등 재단 관련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며, 향후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