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찔끔, 물가는 고공행진...정부 대응책 효과 미지수

2022-02-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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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외식물가 13년 만에 최고...국제유가도 상승세 계속

정부 "유류세 연장 검토, 알뜰주유소 도심지역 확대 검토"

지난 2월 10일 서울 이마트 성수점에서 수산물을 고르는 시민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심상치 않은 물가 상승세에 서민들의 앓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파르게 오른 물가 상승세가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기름값과 외식 물가가 치솟는 데다 금리 인상 압박까지 커지고 있어 서민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문제는 뾰족한 정책적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이번 달에도 물가 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정부는 유류세 20% 인하 연장 조치 등 각종 대책을 고심 중이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사실상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치솟는 외식물가·국제유가...커지는 스크루플레이션 공포
지난달 외식물가는 약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재료비와 최저임금 인상, 수요 회복이 맞물린 결과다.

지난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월 외식 물가지수 상승률은 1년 전보다 5.5% 뛰었다. 2009년 2월(5.6%)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갈비탕(11.0%), 생선회(9.4%). 소고기(8.0%) 등을 비롯한 39개 외식 품목 물가가 일제히 1년 전보다 올랐다. 가공식품 물가도 4.2% 치솟았다. 2014년 8월(4.5%) 이후 7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농·축·수산물도 지난달 6.3% 올라 높은 상승률을 이어갔다. 지난해 12월(7.8%)보다는 오름폭이 축소됐으나 여전히 높은 상승률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지난달 3.0% 올랐다. 근원물가가 3%대로 올라선 것은 2012년 1월(3.1%) 이후 10년 만이다. 근원물가는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 등 공급 측 영향을 크게 받는 품목을 제외하고 작성한 것이다.

국제 유가도 최근 들어 더욱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이달 17일 기준으로 90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2014년 10월 이후 7년여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것이다.

문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 등 지정학적 변수가 커지면서 국제유가 상승세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국제유가 급등은 휘발유와 경유 등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국제유가가 국내에 반영되는 기간이 한 달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최근 1700원 선을 돌파한 휘발유 가격이 조만간 1800원 선을 넘을 가능성도 크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스크루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크루플레이션은 쥐어짜기를 뜻하는 스크루(screw)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로, 임금보다 물가가 더 빨리 올라 서민들의 고통이 더 커지는 현상을 뜻한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5년간(2016~2021년) 고용노동부 사업체 노동력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근로자 월 임금은 2016년 310만5000원에서 지난해 365만3000원으로 17.6% 인상됐다. 물가 오름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월급 인상폭에 서민 경제가 더욱 팍팍해지고 있는 셈이다.
 
물가 안정 불투명...정부, 유류세 인하 연장 검토
이처럼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정부는 총력 대응에 나섰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차관회의를 열고 "코로나19 회복과정에서 수요 압력이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등 당초 예상보다 국내외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져 2월에도 어려운 물가 여건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물가 안정이 최우선 민생정책 현안이라는 인식하에 모든 분야에서 정부 수단을 총동원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고심 중인 카드는 '유류세 20% 인하 조치' 연장이다. 지난해 11월, 휘발윳값이 1700원대를 기록하자 정부는 물가 안정화를 위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알뜰주유소를 중심으로 휘발윳값이 1600원대로 빠르게 떨어졌다.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가 불과 한 달 여 남은 가운데 국제유가는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해 국내 물가로 이어지는 타격을 줄이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또 정부는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해 선제적으로 수급 불안을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차관은 "관계부처 합동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원유 비상계획 점검 및 가스 추가구매·물량교환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수급 불안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외식과 배달수수료 가격을 공개해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돕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오는 23일부터는 매주 총 12개 외식품목을 대상으로 프랜차이즈 브랜드 상위 업체의 대표 메뉴 가격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다. 이 차관은 "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2월부터 매달 1회 배달수수료 현황을 조사해 소비자단체협의회 및 소비자원 홈페이지에 공개해 배달플랫폼별 경쟁을 촉진시키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부의 각종 대책이 물가 안정이라는 결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모니터링 강화, 외식과 배달수수료 가격 공개는 선제적으로 물가 상승을 막는 측면이 강해 즉각적인 물가 하락을 기대하긴 어렵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사실상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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