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업계 출신 첫 저축은행중앙회장이 갖는 의미

2022-02-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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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화경 19대 저축은행중앙회장 [사진=아주경제 DB]

“20대 중앙회장은 진문(SBI저축은행 대표)이가 하고, 21대 회장은 대웅(웰컴저축은행 대표)이가 하면 되겠다. 그러려면 이번에 먼저 화경이가 잘해줘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제19대 저축은행중앙회장’ 선출 총회가 끝난 직후, 주요 저축은행 대표들이 모여서 나눈 말이다. 사상 첫 업계 출신 회장 등극을 축하하는 뜻에서 한 농담이지만, 그 말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2~3개월간 과열됐던 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을 둘러싼 선거전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그간 관료 출신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자리에 현업 대표가 올라서는 역사적인 기록도 남겼다. 다만 이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오화경이란 이름이 제19대 회장으로 확정되기까지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가장 먼저 주목을 끌었던 건 관료 출신 인사들 간의 대립이다. 앞서 이해선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과 함께 정완규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나란히 하마평에 올랐다. 두 사람은 모두 금융위원회에서 요직을 거친 경험이 있다. 실제로 작년 말까지 두 사람 다 전국 각 지역을 돌며 선거 운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을 중재한 건 다름 아닌 금융위의 OB(원로)들이다. 관 출신 인사끼리 경쟁하는 건 보기에도 좋지 않을뿐더러, 경쟁력을 퇴색시킬 거란 판단에 이해선 후보로의 일원화를 결정했다.
 
이후 정 전 사장은 선거전에서 물러났고, 2파전 체제로 굳어졌다. 민간을 대표하는 오화경 회장과 관료를 대표하는 이해선 후보 간의 대립 구도다. 이후에도 업계에선 이해선 후보의 우위를 점치는 시선이 많았다. 특히 비슷한 성향의 타 금융협회 관계자들은 압도적으로 이해선 후보의 우위를 점쳤다. 향후 금융당국과 원활한 소통을 하려면 아무래도 관 출신이 유리할 거란 판단 때문이었다. 오화경 회장 역시 쉽게 승리를 장담하지 못했다. 실제로 선거 직전에 만난 오 회장의 표정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당선이 확정된 이후에는 후일담으로 “O(내 편)와 X(상대편)는 구별하기 쉽지만, △(중립)의 표심을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최종 결과를 두고는 이례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박빙’ 또는 이해선 후보의 우위를 점치는 견해 일색이었지만, 오화경 회장이 78개사 중 53표를 쓸어 담으며 당선을 확정지었다. 최소 재투표까지는 가야 결과가 확정될 것이란 예측마저도 빗나갔다.
 
이는 순전히 오화경 회장의 노력과 역량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전임 회장들의 상반된 행보가 표심을 돌려놨다는 후문도 있다. 직전에 회장직을 지낸 관료 출신 박재식(18대) 회장의 경우, 대형업체 위주로 챙기고 소형업체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경우가 많았던 걸로 알려졌다. 이는 결과적으로 소형업체들의 관 출신에 대한 거부감을 키웠다. 반면 민간 출신의 이순우 17대 회장은 소형업체들을 세세히 배려하며 민간 출신에 대한 선호도를 높였다. 앞서 강단에 올라 전국 저축은행 대표들에게 직원들과 함께 큰절을 올렸던 건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다.
 
이는 즉 향후 오화경 회장의 행보가 차기 중앙회장 선거전 판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간 선거전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오화경 회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이들은 하나같이 그의 역량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다수의 직원들이 지나간 경영자를 한목소리로 응원하는 건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니다. 다만 당선이 확정된 이후의 통화에선 “앞으로 중앙회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한층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오 회장은 철저히 성과 중심의 조직 운영을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변화를 시도할 거란 뜻이다. 이제 사상 첫 업계 출신 중앙회장의 시대가 막이 올랐다. 이러한 상징성이 미래의 유의미한 결실로 매듭지어지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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