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상식, 암 부른다"…의정부 을지대병원 의료진의 유방암 '오해와 진실'

2022-02-1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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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크기 유방암 직접 원인 안돼…비만으로 자가진단 어려우면 발견 늦어질 수 있어'

'조기 발견하면 생존 확률 높아져…정기 검진 조언'

의정부 을지대병원 유방외과 송병주 교수[사진=의정부 을지대병원]

한국 여성 25명 중 1명은 유방암 환자다. 6대 암 중 유방암은 유일하게 20년간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30세대 젊은 여성에서 유방암 진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진행속도가 느리고,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좋은 편이어서 그나마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높다.

하지만, '가슴이 크면 유방암에 잘 걸린다', '유방을 제거하면 안전하다' 등 잘못된 정보가 암 조기 발견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의정부 을지대병원 유방외과 송병주 교수로부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잘못된 유방암 상식과 치료법, 진단법을 들어봤다.

◆ 가슴이 크면 유방암에 잘 걸린다?

유방 크기는 유방암 발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 않는다. 유방은 모유가 생성되고 이동하는 유선 조직과 유선을 둘러싼 지방 조직으로 이뤄져 있다. 유선 조직에 비해 지방 조직 양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태를 '치밀 유방'이라고 하는데, 치밀도가 높을수록 유방암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가슴이 큰 사람은 유선 조직이 큰 게 아니라 지방 조직이 큰 것이기 때문에 유방암과 연관성이 없다. 다만 가슴이 크면 비만일 확률이 높은데, 비만은 유방암의 위험 요인이자 유방암 중증도를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체내 지방이 쌓이면 인슐린 농도가 증가하고, 에스트로겐 분비가 많아져 암세포가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비만으로 인해 자가진단이 어려워지면 유방암 발견이 늦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유방을 제거하면 유방암에 걸리지 않는다?

BRCA1·2(돌연변이 유전자) 보인자는 예방 차원에서 유방 절제술을 받으면 유방암의 위험을 90% 이상 낮출 수 있다. 10년 전 미국의 유명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암 예방을 위해 유방 절제술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화제가 됐다. 당시 안젤리나 졸리는 유전적으로 BRCA1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였고, 이 확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방절제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BRCA1·2 유전자 변이는 유방암의 유전적 원인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70세까지 유방암이 발생할 확률은 BRCA1 유전자가 변이된 경우 72.1%, BRCA2 유전자가 변이된 경우 66.3%에 달한다. 

다만 유방절제술을 받았다고 해서 유방암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건 아니다. 피부에 남아 있는 유선 조직이나 근육 때문에 미세한 확률로 유방암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전문의와 상담하고, 유전자 검사를 해 BRCA 유전자 변이가 있고, 이로 인해 유방암 발생률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
 
◆ 유방암에 걸리면 반드시 유방을 제거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이다. 과거에는 암 치료와 재발 방지를 위해 유방 전체를 제거하는 '전 절제술'을 시행했다. 전이 확률이 높은 겨드랑이 림프절까지 떼어내서 수술 범위도 컸다. 이 때문에 수술 후 우울감, 상실감 등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환자도 많았다. 그러나 수술 외에도 다양한 보조적 치료법이 발달하면서 유방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도 유방암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가슴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암세포를 제거하는 부분절제술(유방 보존술)이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고, 수술 후엔 항암 약물 요법, 항 호르몬 요법, 표적 치료, 방사선 치료 등 보조적 치료를 통해 유방암을 효율적으로 치료하고 있다. 종양이 커서 부분 절제가 어려울 경우 우선 항암 치료를 진행해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진행한다. 암이 광범위하게 진행됐을 경우엔 불가피하게 전 절제술을 시행한다.
 
가슴에 혹이 만져지면 무조건 유방암이다?

가슴이나 겨드랑이에 만져지는 멍울이나 혹은 유방암의 대표 증상이다. 하지만 혹이 만져진다고 해 무조건 유방암은 아니다. 유방에 생긴 종양의 80% 이상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양성 종양(섬유 선종)이다. 섬유 선종은 주로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 분비량이 많은 2030여성에게 많이 발견된다. 6개월 안에 멍울이 커지지 않으면 대부분 암이 아니며, 2년까지 크기가 그대로 유지되면 거의 안전하므로 제거할 필요도 없다.

이 경우 6개월~1년 간격의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를 통해 종양 크기와 모양의 변화를 확인하면 된다. 다만 종양이 계속 커진다면 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 외에도 피부 또는 유두 함몰, 유두 위치나 모양 변형, 유두 분비물 생성, 유두 주변의 피부색 변화 등이 나타나면 유방암을 의심하고,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 가족력이 없거나, 남성인 경우 유방암에 걸리지 않는다?

유방암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위험 요인으로 가족력, 장기간 에스트로겐 노출, 높은 유방치밀도 등이다. 특히 가족력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발병률이 3배 가량 높아진다. 하지만 가족력이 없어도 유방암에 걸릴 수 있다.

따라서 30세 이상의 모든 여성은 유방 자가진단을 월 1회 실시하는 것이 좋다. 거울을 보고 서서 유방의 모양과 크기 변화를 관찰한 뒤 손끝으로 유방을 만져 멍울이 잡히는지, 유두에 분비물이 나오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40세 이후엔 가족력과 상관없이 매년 유방 초음파와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한다. 40대 이상 여성은 국민건강보험에서 시행하는 국가암검진으로 2년에 한 번 유방 촬영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만약 유방암 고위험군에 속한다면 30세 이상부터 매년 전문의에게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송 교수는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생존할 확률이 높지만 3기 중반부터는 생존율이 75% 이하로 급격히 낮아지는 만큼 정기적인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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