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인지 아래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낮부터 저녁까지 계속 노래방 소리와 함께 피아노 소리까지 크게 들립니다. 주말이라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만 소리가 너무 커서 다른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20층 복도에서 아이들이 킥보드를 타고 몇 시간째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만류해도 소용이 없고 아이들뿐이라 누가 보호자인지도 모르겠네요. 이 아이들 부모님을 수소문합니다.”
베트남 한인들이 모여있는 단체 카카오톡방에 수시로 올라오는 불만의 목소리들이다. 베트남에 수개월만 생활하다보면 직시하는 문제. 바로 소음공해다. 비단 거주지뿐만이 아니다. 길가의 오토바이 굉음과 공사장 소리, 도로에서 수시로 울리는 경적소리 등 매일같이 시민들은 소음공해에 직면하고 있다.
◆설 연휴에 더욱 시끄러워지는 옆집의 노래방 ‘소음’
하노이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설 연휴기간 동안 부쩍 더 소음이 커진 것을 느낀다”며 “이는 온 가족이 모여 즐기는 노래방 소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직접 문제를 제기하면 불화 소지가 있을까 말은 못했다”며 “공안당국에 신고도 해봤지만 단속반이 방문해 구두경고를 하면 잠시 조용해지고 다시 또 시끄러워진다”고 상황을 토로했다.
또 다른 시민은 바로 도로 옆에 비어카페(맥주주점)에 있는데 여기서 노래방을 운영한다며 연휴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더욱 시끄럽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베트남 전역의 이른바 한 곡을 부를 수 있는 2만동(약 500원) 노래방들은 많은 이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관련해 지난 연말에는 극단적인 사건까지도 벌어졌다. 하노이 타인지현의 한 주민이 이웃집의 노래방 소음에 격분해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지르는 일이 벌어진 것.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주민들이 놀라 대피했고 일부 주민이 화상을 입었다. 사건용의자인 후옌후이응옥(61)은 “내 집은 3층인데도 노래방 기기 소음이 너무 커 여러 차례 항의했는데도 시끄럽게 해 화가 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정부도 최근 이러한 소음 문제를 인식하고 팔을 걷어붙였다. 당장 법령규정의 벌금규정에서 2배 이상 강화하고 소음공해에 대한 단속에 보폭도 넓히고 있다. 시 당국은 지난 한해 동안 호찌민에서만 80건 이상의 노래방 관련 소음을 적발해 벌금을 부과했다며 계속해서 신규 지침을 적용해 단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올 1월 1일부터는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사이에 주거 지역 또는 공공 장소에서 기준 음향 이상의 큰 소리를 내거나 소란을 피우는 경우 개인은 경고 또는 50만~100만동, 사업자는 그 심각성에 따라 100만에서 최대 1억6000만동을 부과할 수 있다. 기준 음향은 아파트, 주택, 사무실 및 호텔과 같은 일반 영역의 최대 소음 제한은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70데시벨(dBA),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55dBA이다. 다만 아직까지 낮 시간의 소음 처벌규정은 마련되지 않았다.
◆소음 일종의 즐기는 문화로 인식...“신속대응팀·규정강화 등 통해 지속대응 필요”
하노이에 거주하는 러시아인 스베틀라나씨(24)는 대학 기숙사에서 소음 문제제기를 할 때마다 ‘그 정도 문제로 불만을 갖나’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면서 본인 불만에 현지 친구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면 오히려 미안한 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호찌민 고밥군에 거주하는 사토 유키씨(35)는 베트남에서 소음은 일종의 문화적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오토바이 경적이나 자동차 소음을 볼 때면 오히려 일부 사람들은 소음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하노이 미딩에서 요식업을 운영하는 이창무씨(53)는 “베트남에서 10년째 거주하지만 소음 문제는 당장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베트남인의 인식전환이 필요하지만 먼저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자세도 필요한 것이 베트남 삶의 지혜”라고 귀띔했다.
혹자는 비단 이러한 소음문제는 베트남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남아 지역 어디를 가나 노래방과 음악소리를 크게 튼다며 굳이 베트남만의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태국과 필리핀 등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도 했다. 또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만 해도 소음문제를 제기하면 듣지도 않았는데, 요즘에는 정부와 언론에서 규제해서 그런지 스스로 자제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 매체 호찌민시법률신문(PLO)은 지난 12일, 관계당국 발표를 인용해 소음을 통한 일부 이웃들 간에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올해 설연휴에는 관련 문제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연휴기간에 새롭게 소음측정기를 구비한 신속대응팀이 호찌민시에서 15건 이상의 노래방 소음을 단속했다.
정부 정책을 모니터링하는 조국전선위원회(VVF)의 또티빅짜우(To Thi Bich Chau) 위원장은 “노래방 소음은 도시민의 큰 불행이 될 수 있다“며 ”우선적으로 도시의 소음 공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 당국의 엄중하고 단호한 조치가 계속해서 필요하다. 관련부처인 환경자원부를 통해 상임위원회에서 더욱 강화한 안건을 제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