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과학기술인] '청색 OLED 개발' 이준엽 교수 "초격차 기술로 국산화 앞당길 것"

2022-02-1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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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 연구 난제로 꼽힌 '청색 발광 소자'...신소재 개발로 효율 2배·수명 3배 증가

"마지막 고비 넘기면 제품화 가능...세계 최초 청색 OLED 상용화 이루는데 기여할 것"

이준엽 성균관대학교 교수[사진=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2월 수상자로 이준엽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를 선정했다. 청색 발광 소자의 효율과 수명을 동시에 높이는 기술을 개발한 이 교수는 “초격차 기술 확보를 통해 국산화와 제품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OLED는 전기 자극을 받아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물질이다. 화질이 우수하고 두께가 얇고 유연해 휴대전화나 디지털카메라, TV 화면 등 첨단 전자제품의 디스플레이로 활용된다.
 
OLED가 선명한 빛을 내려면 적색·녹색·청색 등 세 가지 발광 소자가 필요하다. 적색과 녹색은 고효율·장수명 인광 재료가 개발돼 사용 중이지만, 청색은 수명과 효율이 낮은 형광 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청색 발광 소자의 효율과 수명을 늘리는 기술은 유기 발광 다이오드(OLED) 연구의 대표적 난제로 꼽혀왔다.
 
이 교수와 연구팀은 화합물질인 트리아진과 카바졸을 이용해 새로운 청색발광소재를 개발했다. 상용화 가능 수준의 소자 구조 최적화를 통해 기존보다 효율은 2배, 수명은 3배 증가시켰다.
 
이번 연구성과는 ‘네이처 포토닉스’에 지난해 2월 게재됐다. 이 교수는 지난 16년간 OLED 소재 개발 연구와 관련된 논문 550여 편을 SCI 저널에 발표하기도 했다.
 
다음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준엽 교수와 진행한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축하드린다.
 
“수상을 하게 돼 영광입니다. 과기정통부와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지원해 준 최현호 삼성종합기술원 상무님, 전순옥 박사님 및 연구실에서 열정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유기전자재료연구실 구성원에게 감사드린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세계 최초로 고효율 청색 유기 발광 소자 기술을 국내에서 반드시 상용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OLED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세계 최고 OLED 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에서 OLED를 접하고 연구를 시작한 지 23년이 됐다. 대학원 학위 과정 동안 유기재료를 연구하면서 유기발광 재료를 이용하는 OLED에 관심을 갖게 됐다. 회사에서 직접 제품을 개발하면서 OLED 소재 및 소자와 관련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
 
-주요 연구주제는 무엇인가.
 
“현재는 대학에서 차세대 OLED 소재 및 소자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OLED를 비롯한 대부분의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청색 발광 소자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색 소자의 경우 다른 컬러에 비해 발광 에너지가 크기 때문에 효율과 수명이 낮다. 그간 적색 및 녹색과 동등한 성능의 고성능 청색 OLED용 소재 및 소재 특성을 최대화할 수 있는 소자 개발을 위해 노력해왔다.”
 
-청색 OLED 소자란.
 
“일반적으로 OLED 같은 발광 소자는 전기에너지를 흡수한 후 이를 빛에너지로 변환해 빛을 낸다. 고효율 OLED는 전기에너지를 손실 없이 완벽하게 빛에너지로 변환하기 위해 오랜 시간 전기에너지를 흡수한 상태를 유지한다. 반면, 유기 발광 재료는 일반적으로 화합 결합의 안정성이 뛰어나지 못해 오랜 시간 동안 큰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으면 쉽게 분해가 일어난다. 청색 OLED 소자의 경우 적색이나 녹색에 비해 발광 에너지가 크기 때문에 그만큼 분해가 일어날 확률이 커져 장수명 확보가 어렵다.”
 
-주요 연구성과는 무엇인가.
 
“고효율을 구현하면서도 에너지를 흡수하는 시간이 짧고, 청색을 구현하면서도 전체적인 발광 에너지를 낮출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발광 재료 및 발광 소자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았던 세계 최고의 효율과 장수명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 이번 기술을 고효율 청색 OLED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상용화될 경우 소비자들은 한번 충전으로 지금보다 더 오래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좋은 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우리 연구실은 2005년부터 지금까지 OLED 연구에 집중해 소재 및 소자의 기초를 충실히 쌓고, 관련 분야를 선도할 수 있었다. 연구 초기부터 소재와 소자에 대한 이해와 개발이 모두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소재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소자를 개발하고, 소자의 요구 사항을 반영해 소재를 개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 장점이다. 특히 산업체와 밀접하게 교류해 최신 연구 동향 및 산업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실질적인 연구를 수행한 것이 좋은 연구성과의 바탕이 됐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대학에 부임하고 초기 연구 기반을 갖추던 시기가 제일 어려웠다. 연구 열정은 컸지만, 장비와 공간이 부족해 막막했다. 특히 장비를 설치할 공간이 없어 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 없었기에 사방으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을 수소문했고, 장비 업체 사장님의 도움으로 업체의 조그만 공간을 임대해 실험했던 기억이 난다.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었지만, 의지와 열정이 있으면 아무리 열악한 상황도 이겨낼 방법은 있다는 믿음과 OLED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신념 하나로 버텨낸 것 같다.”
 
-기초연구뿐 아니라 연구 결과의 산업화에도 관심을 보였는데.
 
“OLED는 이미 산업화가 된 기술이기 때문에 기초연구도 중요하지만, 응용연구를 통한 산업화기여도 중요하다. 기업에서 연구를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이 어떤 것이고, 어떤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실질적으로 산업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개발한 소재를 다양한 목적으로 응용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KIDS) OLED 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 OLED 경쟁력 강화 방안이 있다면.
 
“OLED는 소재 부품부터 최종 제품까지 대한민국이 전 세계 개발을 주도하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해외 업체와 기술 격차를 유지하면서 시장을 독점했지만, 최근 중국을 비롯한 해외 업체가 우리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산학연 협력이 필수적이다. 우수한 인력 확보도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OLED 관련해 대학의 연구 기반이 약화되고 학생들의 디스플레이 분야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연구성과가 국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길 기대하는가.
 
“청색 OLED 고효율화는 세계적으로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기술이다. 이번 기술이 상용화에 성공하면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OLED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독점적 위치를 강화할 수 있다. 특히 기술이 제품화될 경우 OLED 소비 전력을 대폭 감소 시켜 배터리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에너지 소비 감소를 통해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탄소중립 실현에도 기여하길 희망한다.”
 
-연구실 구성원에게 강조하는 연구자의 자세가 있다면.
 
“연구를 수행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전의식이다. 연구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어려움과 실패가 따르기 마련이다. 실패 없는 성공은 있을 수 없으며 실패를 극복하는 힘든 과정을 거쳐야 성공에 도달할 수 있다. 도전 의식과 목표 의식을 공유하기 위해 대학원생들과 소통의 기회를 최대한 만들려고 한다. 힘들고 가기 싫은 연구실보다는 즐겁고 가고 싶은 행복한 연구실을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연구 목표는 무엇인가.
 
“이번 연구를 통해 고효율 청색 OLED 제품화에 대한 가능성을 증명했고, 제품화까지 한 발 더 다가섰다. 이제 마지막 고비만 넘기면 제품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산학 협력을 통해 국내 OLED 업체가 세계 최초 고효율 청색 OLED 상용화를 이루는 데 조력자로서 기여하고 싶다.”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당부를 한다면.
 
“우리나라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고, 전 세계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디스플레이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래에도 지금과 같은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우수한 인재들의 참여를 통한 신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많은 젊은 인재들이 디스플레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세계 1등의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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