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칼럼] 베이징 동계 올림픽과 3월 초 중국 양회(兩會)

2022-02-1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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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한중수교30주년기념사업준비위원회 사무총장·단국대 교수]


현재 중국은 국제 스포츠 대전인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국민 정서를 하나로 모으기 바쁘다. 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은 각종 이슈에 대해 중화민족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기에 중화 문화와 그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중국 전통문화의 중심이 되는 한자(漢字) 문화의 유교와 인도에서 들어와 중국인의 신앙이 된 불교 그리고 중국인들의 신화와 소설 및 생활 일부가 된 도교에 이르기까지 모두 중국인의 자부심 거리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인은 중국(中國)이라는 문자가 말하듯 세계의 중심 나라가 중국(중심에 있는 국가)이라 생각하며, 세계를 ‘중국과 중국 밖’으로 나누며 중국인이 아닌 외국인은 모두 ‘라오와이(老外·외부인)’라 부른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인들은 다른 국가처럼 자국과 인접국 그리고 세계라는 개념으로 세상을 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중국어로 중국의 인접국을 ‘린궈(隣國·이웃 국가)’라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중국 주변에 있는 ‘주변 국가(周邊國家)’라는 표현으로 인접국을 부르기도 한다.

또한 중국인들의 가치관과 그 교육 내용을 보면 이들에게 세계는 중국과 중국 밖으로 나뉘며, 대부분 문화는 중국에서 기원했거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간단히 말하면,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되는 올림픽을 중국인은 세계적 행사이자 중국의 행사로 받아들이며, 그 과정에서 모든 행위는 중국적 가치관의 정당성이 부여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인들의 사고는 한국에서 방송을 보고 그 상황을 평가하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중국에서 직접 현지의 감수성을 기초로 경험한다면 중국의 이러한 상황을 쉽게 체험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올림픽에 참가해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한국 선수단의 모습은 대단히 자랑스러운 일이다.
 
조금 다른 지역의 중국인을 보자. 중국의 영향력이 다르게 미치는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같은 서구의 영향을 받은 지역의 중국인들을 보면 이들도 가정과 사회교육을 통해 ‘황색 피부’의 ‘검은 머리’ 중화민족에 대한 자부심은 습관적으로 이어지는데, 중국어와 음식과 생활문화는 대를 이어 계승되고 있다.

또한 양안 관계로 중국과 대립하는 대만 중국인들도 자신들의 선조가 중국 대륙에서 왔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비록 중화 세계 내부가 편을 나눠 대립하고 있지만, 정치적 대립이 아닌 경우 중화민족은 하나라는 민족관을 이들은 유지하는 것이다.

결국 중국이라는 국가 정체성이 어떠한지에 무관하게 중국인들은 유사한 정체성을 유지하는 민족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중국과 아시아 및 전 세계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에게 ‘중화 세계와 외부 세계’란 이들이 세상을 보는 큰 틀이고, 현재 가장 많은 중국인이 거주하는 국가 중국은 바로 이들에게 중원(中原)이 포함된 영토 개념이기도 하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중화민족을 하나로 묶는 큰 행사이자 동시에 중화인민공화국 인민들에게는 조국의 행사이자 ‘조국과 세계’가 하나가 되는 행사로 생각된다. 중국은 이번 행사를 세계를 위한 국제행사인 축제이자, 중국과 세계가 연결되는 행사로 준비했고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주제에는 중화민족은 하나이고 그 국가는 중화인민공화국이며, 이 조국이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조국을 중국으로 생각하는 중국인은 인정하겠지만, 정치적 이유나 개인적 성향으로 조국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 부류도 있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중국인들은 외국인을 부르는 문제에서 이들을 라오와이(老外·외부 사람)라 부르는데, 이들의 말처럼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 인민이 하나로 뭉치는 동기가 되지만 외부 세계를 하나로 묶어버리는 역할도 했다. 해외 반중 정서 유대를 만들어 낸 것이다. 전 세계 손님을 초대해서 많은 경비를 쓰며 대부분 참가국을 한 방향으로 묶는 것은 대단한 기술이다. 여하튼, 국제사회 각 국가의 대표로 참가한 선수들이 중국 외 그룹으로 묻힌다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러한 문제는 아마 중국인은 내외 구분에서 내부가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이 우선이고 가족과 친척 외에는 외부라는 생각에서 내적 단결과 행복이 외적 교류보다 중요하다는 것으로, 국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즉, 중국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 사회에 있어 국가의 정치 안정과 민생(國泰民安)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중국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인, 그중에서도 중화인민공화국의 국내 인민에게 더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이는 중국 국내 정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농경사회 태음력에는 1년 계절별 주요한 날들이 농경사회 각종 행사와 연결되듯이, 중국 주요 행사도 모두 서로 연관되게 유기적 관련이 있게 설계되어 있다. 사실 올림픽은 세계 스포츠 정신을 바탕으로 평화와 공정에 목적을 둔다고 생각되지만, 불교가 중국에 들어가 도교·유교와 통합되고, 사회주의가 중국에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로 바뀌었듯이 국제행사도 중국에 들어가면 중국 국내 일정과 연결되고 주요 관중도 중국 인민과 중화민족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중화민족은 외부에서 큰 위기가 닥치면 함께 단결한다지만, 평상시에는 외부 세계의 주장이나 설명엔 별 관심이 없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의 행복인 경제와 국가 사회의 안정 문제로, 이에 정부와 인민은 국내 정치에 더 비중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러하다 보니, 외부의 시각을 고려할 기회나 여유가 없는 중국 국내 인민들은 이번 올림픽 행사에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외부 세계가 더 이상해 보일 것이다. 혹은 언어, 습관 및 인터넷 장벽은 그들을 국제사회와는 더욱더 다르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모든 내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의 정치 일정과 올림픽 후 바로 진행해야 할 중요한 정치 행사인 3월 초 ‘양회(兩會)’와 연말 더욱 중요한 ‘20차 전국공산당대표대회’에 모든 이슈를 연계하며 그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중국의 국내 정치이다. 중국의 정치는 올림픽보다 중요하고 중국 인민을 포함한 중화민족에게 자부심을 주는 것은 중국이 세계와 같이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다.
 
올림픽이 꾸준하게 진행되는 이 순간에 중국 언론의 중심 내용에는 대략 두 가지 방향이 있다. 하나는 중화민족이 동계올림픽을 과학적으로 아주 잘 준비했고 선수들도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다른 국가들이 중국이 강대국이 된 것을 존경하며 미국도 중국에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역시 국내 정치 이슈다. 이런 내용은 중국어만을 사용하며 국내에서 살아가는 대부분 중국 인민들이 믿을 수밖에 없는 관용 언론을 통해 전달된다. 올림픽이 끝나고 얼마 있지 않으면 중국 연중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가 진행된다. 세계와 같이하는 올림픽이 중국 국내 정치와 어떻게 연결되고 이것이 중국 국내외에 어떻게 다르게 비칠지 궁금하다. 

필자 주요 이력

△단국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홍콩 주해대학 중국문사연구소 석사 △북경대학 국제관계학원 박사 △ 아주일보 논설위원 △홍콩 《아주주간》 특약기자 △홍콩 ‘봉황TV’ 평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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