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 운영 규정을 구성원 동의 없이 바꾼 혐의로 기소된 양승동 전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이 2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4부(양형권 부장판사)는 양 전 사장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벌금 300만원을 내렸다.
이날 재판부는 "취업 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운영한 것이 맞는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것이 원심 판단"이라며 "당심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구성원 의견을 사내 게시판을 통해 접수·청취하기만 했다는 점에서 "사회 통념상 합리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어 양 전 사장의 고의성 여부에 대해서는 "사내 변호사와 외부 법무법인의 자문을 거쳤지만, 운영 규정의 전반적인 법률 검토를 맡기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고의를 부정하기 어렵고, 여러 사정과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충분한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진미위 운영 규정은 취업규칙에 해당하고 일부 내용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피고인에게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관한 고의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양 전 사장 측은 "진미위 운영 규정은 과거 정부의 언론장악으로 인한 공정성 침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으므로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1심은 "'방송 공정성과 독립성'이라는 개념은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어느 한 편 입장에서 종전 경영진이나 반대편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성이 없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 전 사장은 2018년 KBS 정상화를 위해 만든 진미위 운영 규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구성원 동의를 충분히 구하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기소됐다. 보수 성향 노조인 KBS 공영노조는 KBS가 진미위 운영 규정에 직원들에게 불리한 징계 사항을 포함하고, 과거 보도를 조사해 보복성으로 징계했다며 고용노동부에 고발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