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들의 자리가 인공지능(AI) 기술로 속속 대체되고 있다. 지난 4개월간 희망퇴직으로 떠난 5000여명의 은행원 자리를 인공지능(AI) 은행원들이 채우고 있다. AI은행원은 네이버·카카오 같은 빅테크와 경쟁 중인 시중은행의 경영효율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의 판매관리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65% 수준인데, AI은행원으로 비용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은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로 비대면 업무가 늘자 대면 영업을 대체할 수 있는 AI 행원을 개발하고 도입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지난 5~8월 중 4대 시중은행과 3개 지방은행, 1개 인터넷전문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개 은행은 신용평가‧대출심사‧리스크 모니터링 분야에 AI를 활용하고 있는데 6개 은행에서는 향후 '챗봇(가상은행원 포함)'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 답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AI 은행원 서비스를 고도화해 디바이스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용 가능한 AI 금융비서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더욱 편리한 AI 기반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AI 은행원 2명(정이든·이로운)을 정규직원으로 채용하고 근무부서에 배치했다. 두 직원은 신규직원 직무교육을 마치고 농협은행 DT전략부 디지털R&D센터 소속으로 AI 신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업무를 배정받았다. 조직 내 체험관 방문객 응대 등 AI 은행원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어디든 투입될 수 있다고 농협은행은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말 AI 은행원을 도입하고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인 'CES 2022'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신한은행 'AI 컨시어지'는 서소문 디지로그 브랜치에 도입됐다. 높이 190cm, 65인치 디스플레이로 제작된 'AI 컨시어지'는 얼굴인식, 열화상 카메라, 음성인식 마이크 등의 기술을 활용해 고객을 맞이하고 안내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다만 아직까지 시중은행의 AI은행원은 파일럿 형태이거나 단순 안내 업무를 하는 데 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은행원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기술을 고도화 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지난 7월 마련한 '금융분야 AI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AI를 금융 규제 틀 안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내부관리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아직 세부 실무지침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가령 AI는 윤리적 문제 '편향성'과 관련해 어떤 데이터셋을 사용할지에 따라 영향을 받는데 이를 위해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은 "국내 은행들이 신용평가나 대출심사, 챗봇 등의 분야에 AI 도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은행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AI 개발‧활용과 관련된 내부관리체계 구축과 학습 데이터 및 전문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