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이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대출이 나오지 않는 1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거래 시장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전체 매매 거래에서 15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들어 크게 줄었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1월 1일~2월 10일) 서울 지역에서 발생한 15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는 105건으로 전체 거래(814건) 중 12.9%를 차지했다. 해당 비율은 지난해 9월 21.1%였으며 10월 19.6%, 11월 18.7%, 12월 18.8%를 기록했다. 소폭 감소하거나 유지되던 거래 비율이 올해 들어 급격하게 낮아진 것이다.
집값이 상승하면 15억원 아파트 시장이 커지고, 거래 비율은 높아진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집값이 11.1% 올랐던 지난해 이 비율은 17.41%를 기록했다. 2020년 10.53%와 비교할 때 큰 폭으로 올랐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특히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 것이 거래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 팀장은 "앞서 15억원 아파트는 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지만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등이 퍼지며, 중산층이 갈아타기로 매수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며 “보유세 부담이 늘어가는 가운데 중산층의 갈아타기 수요가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보유세 강화는 자산가들의 추가 주택구입을 막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아울러 그는 "집값이 많이 올라 15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많아지며 수요자들이 고점이라는 인식을 하게 됐다"며 "대선이라는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고가 주택 거래에 소극적으로 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집주인의 입장에 집중해 상황을 분석했다. 그는 "서울 지역 아파트 공급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똘똘한 한 채'의 대명사인 고가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들이 물건을 내놓을 유인이 없다"며 "신축이 늘어나 입주하는 등 공급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손바뀜이 일어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윤 연구원은 금융시장 침체가 거래 비중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15억원 아파트는 대출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매수를 위해서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데 올해 초 증권 등 금융시장 경기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며 "자본이 금융시장에 묶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준 금리가 인상되고 대출규제가 강화되는 것도 주택 수요자들의 전체적인 현금 유동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