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힘들어도 떠오르는 '고마워요' 한마디"...코로나 방역 365일

2022-02-1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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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이규남 화천군보건의료원 간호사가 한 군장병으로부터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사진=박종석 기자]
 

국내에서 발생한 지 3년째 접어든 코로나19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방역 최일선을 지키는 의료진과 공무원들이 있다.
 
우한에서 시작된 바이러스 감염증은 이제 유행하고 있지 않지만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오미크론 변이에 세계 각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 신규 확진자 수는 10일을 기준으로 5만명이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확진자 수가 연일 크게 늘어나자 인명 피해 최소화를 위해 이날부터 고위험군을 집중 관리하는 새 재택치료 체계를 가동한다. 한정된 의료자원을 고위험군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위중증 환자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셀프치료’를 해야 하는 대다수 시민은 ‘뭐가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다며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불안감과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지역 주민들을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강원 화천군보건의료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료진과 담당 공무원들이다.
 
화천군은 인구 2만4000의 작은 도시이지만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위해 보건의료원을 찾는 사람이 하루에 7~8백 명이 넘을 때도 있다. 이는 접경지역인 화천군에 3개 사단이 주둔하고 있고 춘천이나 철원, 양구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000님, 이쪽으로 오세요. 000님 맞으세요? 생년월일 확인하셨지요? 전화번호도요. 입은 마스크로 가리세요. 코만 할 거예요. 조금 참으세요. 됐습니다. 이쪽으로 나가세요”
 
이들은 이렇게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코로나19 검체 채취 수요증가에 대응하며 의심 환자 조기 발견을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수백 명씩 감염 여부 검사를 한다. 신속항원검사소를 만들고 자가진단키트 검사와 PCR검사로 군민의 감염병 차단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검체 채취 과정 중에 검체 인의 요구에 따른 스트레스도 적잖다. 이규남 간호사는 “검사를 받으러 오신 분 중에 면봉을 콧구멍에 깊이 넣지 말라고 말씀하세요. 그런데 채취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깊이로 넣어야 하거든요. 이때 왜 깊이 쑤시느냐면서 화를 내시는 분들이 있어요”라고 아쉬워했다.
 
김은송 간호사도 “근무 인력과 비교해 검사자가 많아서 일이 힘들어요. 철원이나 양구는 오전으로 단축해서 검사한다는데 우리는 365일 검사에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도 없이 일해요. 춘천, 양구, 철원에서도 여기로 검사받으러 와요. 그래서 일이 많아요”라며 하소연했다.
 
그동안 화천군 선별진료소의 검체 건수는 6만8000여건에 32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중에 군장병 검체 건수는 2만7000여건으로 40%에 달하는 128명이 나왔다. 이는 군장병의 휴가 복귀 및 신병교육대 입소 등 외부 유입이 원인으로 보인다.
 

10일 박유나 한림성심대학교 간호학과 학생이 화천보건의료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2022년 나의 소원'이라고 쓰여진 문구가 인상적이다.[사진=박종석 기자]

이처럼 검체 건수가 많지만,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두메산골에서 전문 간호사를 수급하기도 쉽지 않다. 이를 위해 화천군은 지역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선별 진료 인원을 확충하고 있지만, 전문인력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그러나 부족한 인원에도 코로나 확진자 발생 시 선제적 대응검사를 위해 초·중·고교 및 실버타운은 물론 간동면, 사내면 등 원거리 지역에 임시선별진료소를 운영해 감염병 조기 차단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또 선별검사가 어려운 거동 불편자나 노약자는 개별 방문 검체를 실시해 지역 주민의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
 
간호사 등 의료종사자들의 업무는 검체 채취에서 끝나지 않는다. 온종일 방역복으로 중무장한 상태에서 오후 6시에 검체 채취를 마치면 행정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검사자의 전반적인 감염병 신고와 보건정보시스템에 개별적인 입력작업을 이때부터 해야 한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응 지침과 방역수칙, 정보관리시스템의 잦은 변경 또한 이들의 업무 추진에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특히 검체 수가 많은 날은 자정이 넘도록 작업을 한다.
 
이 같은 현실에 지역 방역을 위해 자원한 전직 간호사도 있다. 박선나 씨는 인천시립병원과 일반병원 등에서 30년을 넘게 근무한 간호 베테랑이다. 박 씨는 전원생활을 위해 2년 전에 남편과 함께 귀촌했다. 그렇지만 전문인력이 부족한 보건의료원 사정에 힘든 일이지만 의료진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동료들이 존경스럽고 주민으로서 고맙다는 인사도 했다.
 
박 씨는 “열악한 보건의료원에서 고생하시는 간호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지원)했고요. 전직 간호사로서 화천군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라며 “의료원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너무 열심히 하시잖아요. 저도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의료진들을 도와 주민들이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전했다.
 

15사단 다목리어린이집 어린이들이 화천군보건의료진에게 보낸 응원 메세지[사진=화천군보건의료원]

보건의료원 의료진과 공무원들은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몰라 두렵지만, 주민들의 응원과 격려에 힘을 얻는다. 이들은 “일이 이렇게 많다 보니 근무자끼리 짜증 내고 신경질 낼 때가 있어요. 집에 와서 생각해보면 마음을 추스르고 근무자와 힘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지요”라며 미안함을 표했다.
 
또 “업무가 끝나고 쉴 때나 퇴근해서 집에 가면 내가 오늘 왜 짜증을 냈나. 사람마다 코안의 구조가 달라 아픈 사람이 생길 수도 있고 혹시라도 확진되면 걱정이 많으실 텐데. 내일부터는 더 친절하게 일하자고 다짐하지요”라고 말했다.
 
사실 이들의 두려움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의 막연함도 있지만, 동료가 힘들어서 의료원을 떠날 때다. 이때 마음은 지치고 한계에 봉착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들이 버티고 있는 원동력이 있다. ‘고마워요’라는 응원과 위로의 말 한마디이다.
 
오늘도 이들은 땀으로 흥건한 방호복과 함께 하루를 마감한다. 집으로 가는 길에 ‘고마워요’라는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를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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