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서비스로 세계를 점령하라.”
이는 대한민국호에 주어진 최대 과제이자 20대 대선 후보의 핵심 비전과 공약일 수도 있다.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더욱 매진해야 할 영역이 ‘디지털 전환(disital transformation·DX)'이다. 4차 산업혁명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디지털 궐기’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 대신 ‘디지털 전환’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는 ABC(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뿐 아니라 사물인터넷, 양자컴퓨팅 등 신기술을 제조업·서비스에 입히는 ‘키다리 아저씨’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DX는 대한민국 강점인 제조업·정보통신(ICT)의 업그레이드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 역시 이를 국가정책 최우선 순위에 두는 글로벌 트렌드와 연관 있다. 유럽의 미래경제연구소 프로그노스(prognos)는 “제조업이 서비스업에 비해 2.5배 위력을 발휘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세계 경제교역량의 75%가 제조업 제품들이다. 따라서 독일, 미국 등 산업 강국들은 제조 강국·디지털경제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2011년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미국은 ‘AMP 2.0’, 중국은 ‘제조 2025’ 등 그랜드 플랜을 제시하며 제조 강국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2021년 12월 출범한 독일 숄츠 정부는 국정 최고 과제로 ‘디지털 궐기’를 제시했다. 10년 전 메르켈 총리가 제시한 그랜드 플랜 ‘인더스트리 4.0’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5G, 디지털 일자리 등 디지털 고도화 전략을 위해 약 6000억 달러(약 690조원)를 투자하고,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디지털평등법’을 제정했다. 일본은 디지털청을 설립했고, 인공지능 등 신기술 지원과 인력 양성에 나섰다. 중국 역시 신인프라 구축과 ABC 분야 인력 양성에 적극적이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 독일 등 산업 강국들이 디지털 전환에 적극 나설 때 우리 정부는 시대에 역행하거나 정책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다행히 20대 대선을 맞아 이재명 후보는 ‘디지털 대전환을 위해 130조원 투자에 일자리 200만개’, 윤석열 후보는 ‘디지털 패권국가와 100만 인재 양성’ 등 디지털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추상적이고 포퓰리즘 요소가 있다”고 비판한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디지털 최강국으로 갈 수 있는 ‘일곱 곶감 무지개’, 즉 지혜와 방안을 제안한다. 우리의 강점을 파악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제시하는 일이다. 먼저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K-one’ 설립이다. 지난 100년간 기업 발전사를 살펴보면 2차 산업혁명 당시 US스틸 등 자원 회사, 3차 산업혁명 때는 GE 등 기술 회사, 현재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구글, 아마존 등 플랫폼 기업이 최강자로 등극했다. 콘텐츠 영역에서는 미국 넷플릭스, 월드디즈니 플랫폼이 글로벌 최강자로 부상했다. 우리가 ‘오징어 게임’ 등 글로벌 흥행을 기록한 콘텐츠를 제작하고도 큰 수익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글로벌 플랫폼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신 3사(KT·SK텔레콤·LGU+)와 지상파 3사, 종편 4사, CJ가 공동 참여해 글로벌 코리아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통신사들이 콘텐츠 제작에 적극 투자하고, 새 리더의 강력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둘째, ‘글로벌 빅테크’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제2 삼성전자’를 말한다. KT 혹은 SK텔레콤 등이 독일 도이치 텔레콤(Deutsche Telekom)처럼 미국·유럽에 진출해 제3 통신사업자로 성장하고, 네이버나 다음 등이 미국 아마존이나 중국 알리바바처럼 글로벌 빅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국내외 인수합병은 물론 탈규제가 필요하다.
셋째, 제조업 업그레이드다. 경쟁력을 확보한 제조업을 더욱 발전시키는 전략은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다. 우리가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힘은 제조업에 있다. 2020년 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G7과 우리의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한민국(27.1%)이 가장 높고, 이어 일본(20.5%), 독일(20.0%), 미국(10.9%)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G7과 우리의 지난 30년간 GDP 제조업 비율 트렌드를 분석하면 영국(-7.0%), 미국(-6.0%)이 크게 줄어들었고, 일본(-3.2%), 독일(-2.7%), 대한민국(-1.2%)이 가장 적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이 우리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제조업 경쟁력에서 우리를 추월했다. 위기에 처한 우리 제조업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새 플랜이 필요하다.
넷째, 10만 디지털 전문 인력 양성과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비중을 5%(현재 4.6%)까지 높이는 것이다. 식민지 유산인 서울 용산을 거점으로 전국에 글로벌 ‘디지털 전사 사관학교’를 설립하자. 삼성 등 대기업이 참여하도록 한다. 2022년 국가 R&D 예산 29조8000억원을 확충해 ABC 등 디지털 신기술에 적극 투자해 기업의 경쟁력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다섯째, 교육, 건강, 안보 등 보편적 서비스 확대와 신인프라 구축이다. 암기식이 아닌 ‘자기주도적 교육’을 위한 인공지능 활용, 자기 맞춤형 건강을 위한 마이 데이터 활용과 원격 의료 서비스, 데이터 보안 등급을 사이버 테러 등 필요한 부문만 국정원에서 관리하고 대거 민간이 활용할 수 있도록 탈규제가 시급하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핵심 부문이다. ‘신인프라 구축’은 5G뿐만 아니라 6G 인프라에서 앞서가기 위함이다. 미국과 중국이 5G에 이어 6G를 두고 패권 전쟁에 돌입했다. 과거 미·일 간 반도체 전쟁에서 우리가 기회를 포착했듯이, 6G 관련 신기술·신산업에서 신성장동력을 만들어갈 기회다.
여섯째, 부총리급 디지털경제산업부 신설이다. 현재 재경부의 경제정책, 산업자원부의 산업 및 중소벤처기업부 통합해 디지털경제산업정책을 관장하는 것이다. 장관은 부총리급으로 격상해 새 정부의 정책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 제조 강국인 독일은 디지털부, 일본은 디지털청을 신설해 디지털 강국에 올인하고 있다.
일곱째, 새 대통령의 강력한 ‘디지털 퍼스트’ 의지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디지털퍼스트위원회’를 만들어 직접 챙기는 것이다.
글로벌 디지털 퍼스트가 되면 대한민국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디지털 퍼스트를 위한 기회가 우리 안에, 우리 앞에 와 있다. 독일 전문가들은 필자에게 “한국이 디지털 퍼스트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디지털 하드웨어는 강국이지만 그랜드 플랜이 없고 거버넌스와 리더십이 부족했다. 어느 대선 후보가 대한민국을 디지털 퍼스트 국가로 이끌 것인가?
김택환 교수 주요 이력
▷독일 본(Bonn)대 언론학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 ▷중앙일보 기자/국회 자문교수 역임 ▷광주 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조직위원장 ▷현 경기대 산학협력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