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하나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을 현 김정태 회장 뒤를 이을 ‘차기 회장’으로 낙점했다. 당초 예상보다 이른 회추위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10년 만의 세대교체인 만큼 함영주 회장 후보가 이끄는 하나금융이 오랜 과제를 털고 쇄신의 새 바람을 불러올 것인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 고졸 출신 은행원서 4대금융그룹 수장으로…10년 만의 세대교체 ‘눈길’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하나금융 회추위는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을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회추위는 “하나금융의 안정성과 수익성 부문 등에서의 경영성과와 리더십, 디지털 전환 등 미래를 이끌어 나갈 적임자”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회추위의 이번 결정에 따라 함 내정자는 다음 달 말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2025년까지 3년간 하나금융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함 내정자는 과거 ‘영업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1956년에 태어나 강경상고를 졸업하고 1980년 서울은행에 입행했다. ‘고졸 신화’의 산 역사로도 불리는 함 내정자는 남부지역본부장, 대전영업본부 부행장보, 충청영업그룹 부행장 등을 거쳐 지난 2015년 9월 통합 출범한 KEB하나은행의 초대 행장을 맡았다. 2016년부터는 하나금융의 부회장을 맡으며 그룹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함 부회장은 김정태 현 하나금융 회장과 손발을 맞춰 하나·외환은행의 물리·화학적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금융권 CEO로 두각을 나타냈다. 하나금융 부회장에 오른 이후에는 차기 회장을 위한 준비 과정을 착실하게 밟아 오랜 최고경영자(CEO) 경험과 조직 장악력 측면에서 여타 후보들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나금융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함 내정자이지만, 그의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가장 먼저 모든 금융그룹이 최대 화두로 내세우는 디지털 전환이 급선무다. 하나금융은 앞서 플랫폼, 글로벌, ESG 금융을 3대 경영전략으로 삼아 오는 2030년까지 최고 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초 김정태 회장이 "디지털 전환을 위한 그룹의 핵심 기반부터 재설계해 새롭게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한 만큼 '덩치만 큰 공룡'에서 벗어나 은행과 비은행과의 시너지까지도 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그동안 함 내정자가 진두지휘해 온 ESG금융, 글로벌 사업 다각화 역시 하나금융의 지속 성장에 있어 중요한 과제다. 하나금융은 ESG 중장기 비전인 '빅스텝 포 투머로우'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향후 10년간 환경·지속가능 부문에 대한 총 60조원의 ESG 금융 조달과 공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외환은행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하나금융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그룹의 글로벌 순익 비중을 40%까지 높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아직 온전히 해소되지 않은 법률 리스크를 마무리짓고 발빠른 조직 안정을 꾀하는 것 역시 함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당면 현안이다. 현재 함 내정자는 2건(DLF 불완전판매 관련 징계 취소소송, 채용비리 사건)의 소송에 연루돼 이달 중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각각 비슷한 성격의 소송에서 승소한 전력에 비추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