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정한 여경협 신임 회장 "277만 여성기업인 애로 현장에 답 있다… 발로 뛰며 대변할 것"

2022-02-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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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기업인 불모지' 제조업서 20여년간 활동… 취임 첫날부터 현장소통

무료 회원제'로 누구나 협회 경험할 수 있게… 대기업·공기업 협력 기회도

'주 52시간제·중대재해처벌법'으로 여성기업 부담↑...현장에 맞게 손봐야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우리나라에 277만개의 여성기업이 존재하지만 아직 우리 협회를 알지 못하거나 어렵게 느끼는 기업인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협회의 문턱을 낮춰 여성경제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친근한 협회를 만들고 싶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의 새로운 수장으로 올라선 이정한 신임 회장의 각오는 남달랐다. 지난 수십년간 여성기업인으로서 경영 활동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협회장으로서 더 많은 것을 고민하고 실현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인터뷰 내내 드러났다. 그는 “현장 출신 경영인이다 보니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은 조금 서툴지만 여성 경제인들이 겪는 어려움에 있어서는 발 벗고 나서 끝까지 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과의 취임 인터뷰는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지난 1월 1일 제10대 여경협 회장으로서 본격적인 임기를 시작한 그는 취임 첫날부터 ‘현장경영’을 치르며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

현장에서 여성경제인들의 고충을 직접 듣고, 도움의 손길을 전하기 위한 이 회장의 신념이 깃든 행보다.

이 회장은 여성기업의 불모지로 불리는 제조업 분야에서 20여년간 ‘비와이인더스트리’라는 발전설비, 구조용 금속제품을 제조하는 회사를 이끌어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현장을 보아야 답을 알 수 있다”고 강조하는 이 회장은 현장 경영을 통해 여성기업인의 ‘화합’을 이끌어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본지는 취임 후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 회장을 만나 협회의 중점 추진 과제와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 취임식도 생략하고 곧바로 현장을 방문할 만큼 ‘현장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현장에 답이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 가지 않고 모든 기업의 상황을 알 수는 없다. 많은 여성기업을 방문해야만 그들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과 문제점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되고, 그래야 문제에 대한 대안도 세울 수 있다. 무엇보다 딱딱한 회의실보다 본인이 매일 일하는 공간에서 좀 더 솔직한 이야기가 오고 갈 수 있다.
 
협회 회원들에게 회장으로서 신뢰를 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직접 발로 뛰고, 현장을 찾아야 여성기업인들도 신뢰를 갖고 우리 협회를 믿고 의지할 수 있다고 본다. 취임 후 첫 공식활동으로 여성기업을 방문했고, 앞으로도 최대한 많은 현장을 방문해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협회 회무에 반영하고 싶다.”
 
- 재임 기간 중 중점 추진 과제가 있다면.
“우선 여성경제인이라면 누구나 오고 싶어하는 협회를 만들고 싶다. 여경협이 국내 최초 법정 여성 경제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여성기업인들이 협회의 존재를 알지 못하거나 생소해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안타까웠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협회는 ‘일반회원’이라는 무료 회원제를 준비 중이다. 여성기업인이라면 누구나 협회를 경험해 볼 수 있고, 여성기업인과 관련된 정보와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많은 여성경제인들이 참여해주길 희망한다.
 
여성기업에게 대기업, 공기업과의 협력할 기회를 제공해 그들이 가진 국내외 판로 인프라의 노하우와 장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특히 최근 ESG(환경·사회·기업 지배구조), 여성임원할당제 등 기업의 다양성 확보가 뜨거운 감자인데, 이러한 협력은 양측 모두에게 ‘젠더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도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 여성기업 지원 정책 중 보완이 필요한 것이 있다면.

“주 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현실에 맞춰 보완돼야 한다고 본다. 나라에서 강제적으로 법을 실행할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직원들과 합의해 적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 특히 여성기업과 같은 소기업의 경우, 월급을 더 받기 위해 주 52시간제를 거부하는 근로자도 상당하다. 가뜩이나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주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 인건비 지출은 늘리는 어려움까지 떠안게 될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처벌법도 마찬가지다. 음주운전자가 사람을 쳤을 때는 벌을 주는 것은 타당하지만 사람이 자동차 도로에 올라서 사고가 나면 그건 차가 아닌 개인의 잘못인 것이다. 무조건 법 시행을 막아달라는 것이 아니다. 명확한 처벌 기준 등을 마련하고 잘잘못을 제대로 따져 잘못을 논하자는 것이다.
 
취임 후 현장을 돈 업체들마다 하나같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 ‘여성경제인들은 다 감옥에 가야 한다’고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처럼 돈 주고 사장을 앉혀놓을 수 있는 자금적 여유도 없다. 현장 현실을 반영해 탄력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 새롭게 추진됐으면 하는 여성기업 지원 제도는 무엇이 있나.
“중소기업 직원 복지 혜택을 전반적으로 늘려줬으면 한다. 중소기업은 직원들에게 대기업처럼 복지혜택을 주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부가 나서 중소기업 직원으로서 자긍심과 직업 만족도를 높여 좋은 인력이 산업 전반에 골고루 퍼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정기간 이상 근로기간을 채운 중소기업 직원에게 은행 이자를 0.5%라도 낮춰주는 금융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똑같은 집을 사기 위해 은행에 대출을 받더라도 기업의 크기에 따라 신용도가 나뉘고, 은행이자가 달라져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성, 장애인 인증기업 또는 중소벤처기업 인증 패스 카드 같은 것을 만들어, 대중교통 이용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근속연수가 높은 직원이 많을수록 기업은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무분별한 창업 지원을 지양하고, 업력이 오래된 기업을 지원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 지원은 주로 신생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10~20년 이상 자생해온 기업의 지속 성장을 돕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이다.
 
특히 오직 기업 생존에만 집중해 기업을 유지해 온 우리 여성기업을 꼭 살펴주길 바란다.”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 3년간의 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는.

“선후배 여성기업인을 연결하는 멘토링을 강화하고 싶다. 우리 세대는 인터넷이 발달되기 전이라 정보도 적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도 없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우리 후배 여성기업인들은 우리보다는 편한 길로 더 넓은 세상을 걸었으면 한다.
 
선배는 후배에게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하고, 후배는 선배에게 미래를 향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여성기업의 백년대계 초석을 단단히 다지고 싶다.
 
협회가 앞장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이끌 계획이다. 특히 다문화 가정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싶다. 우리나라에는 생각보다 많은 다문화 가정이 있다. 이 가정의 아이들이 결국 우리 경제의 미래다.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으로 여성기업인들이 이들을 다독여 더불어 성장하는 가치를 널리 알리길 희망한다.”
 
- 끝으로 여성 기업인들에게 한말씀.
“당당하게 기업을 경영했으면 좋겠다.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찾아 누리되, 여성기업인이라고 더 많은 혜택을 달라고 요구하지 말고, 실력으로 당당하게 승부했으면 좋겠다.
 
여경협은 그 뒤에서 여러분의 동반자로서 성공을 도울 것이다. 기업 경영이 힘들거나, 창업을 준비할 때 막막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우리 협회를 찾아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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