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오는 4월 1일부터 일본산 철강 제품 중 연간 125만톤에 대해 현재 적용하는 25% 관세를 철폐하고, 이를 넘어서는 물량에 대해서만 25%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이번 합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요한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과 같은 국가의 불공정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한 사례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관세가 인상되기 전인 지난 2017년 기준 미국은 일본산 철강 약 170만 톤을 수입했다. 이후 고율 관세가 도입된 지난 2019년 기준 수입량은 110만톤까지 줄었다. 일본은 2019년 기준 미국의 철강 수입량에서 4% 비중을 차지하는 5번째 철강 수입국이다. 우리나라는 9% 수입량을 차지하는 4번째 철강 수입국으로 알려졌다.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이번 조치를 발표하며 “미국의 제조업 경제를 활성화하고 소비자와 기업의 비용을 낮추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관세에 대해 재협상하라고 지시했다"라며 "이번 합의를 통해 미국 철강 사업을 강화하고, 노동자들의 경쟁력을 유지하며, 더 저렴한 철강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하고, 가장 중요한 동맹국 중 하나인 일본과의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다고 발표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캐서린 타이 미국 USTR 대표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과의 고율 관세를 일부 철폐하는 안에 대해 합의하는 데 성공해 주요 무역 상대국인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었다고 평가헀다. 타이 대표는 지난해 유럽연합(EU)와 맺은 철강 관세 관련 합의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와 EU와의 철강 관세 일부 철폐 합의가 "중국의 반경쟁적, 비시장적 무역 행동을 퇴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또한 미국은 일본 외에 다른 국가에서 만들어진 철강이 일본을 통해 들어와 관세 면제 헤택을 받는 것을 우려하며 일본에서 제강된 철강에 대해서만 이번 일부 관세 철폐 조치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내 철강업계 역시 이번 조치에 만족감을 표했다. 케빈 뎀시 미국철강협회 회장은 일본과의 협정이 미국 내 철강 분야의 운영과 고용을 저해할 수입 가격 급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철강업계가 미국의 국가·경제 안보 및 더 지속 가능한 미국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라며 합의가 적절히 이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측은 이번 일부 관세 폐지를 시작으로 향후 관세 완전 폐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번 조치는 해결을 향한 첫 걸음"이라며 "완전 철폐를 위해 끈질기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본 후지TV 계열 뉴스네트워크인 FNN은 보도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역시 이날 각료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관세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라며 "완전 철폐를 위해 계속해서 강력하게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고 지지통신은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10월 31일 미국은 EU와 합의를 통해 EU에서 수입하는 일부 철강 제품에 대해 면세 조치를 취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 19일 영국과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두고 협상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