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아주경제] 지난 8일 한화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한화미술관.
한화문화재단은 한화그룹에서 운영하는 공익재단이다.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자의 배우자인 고(故) 아단 강태영씨가 문예진흥에 기여한다는 목적 아래 지난 2007년 2월 설립했다.
하지만, 설립 후 약 15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시회가 열린 것은 단 세 차례뿐이다. 일각에서는 재단이 총수 일가의 개인 소장품을 보관하는 용도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당초 한화문화재단은 김승연 회장과 모친 강태영씨가 각각 5억원, 55억3000만원씩 출연해 설립한 비영리법인으로 사실상 총수일가 소유 미술관 성격을 지니고 있다. 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설립 초기 강씨가 소장하고 있던 서화와 골동품 등의 미술품을 출연받아 재단과 미술관이 설립됐다.
재단 측은 설립취지에 대해 적극적인 미술관 운영과 다양한 공익사업을 펼쳐 일반인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증진시키는 한편 국내 문화예술 활성화와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문화재단은 설립 후 15년 동안 전시회를 연 것은 단 세 차례뿐이다. 실제로 설립 초기인 2009년 한 차례 일반인을 대상으로 ‘주머니 속의 UTOPIA’를 개최한 후 12년 만인 지난해 두 차례 전시회를 열었다. 1월 전시회는 온라인으로 개최됐고, 7월 '주머니 속의 UTOPIAⅡ' 전시회가 열렸다.
재단 설립 당시 총수 일가에게 출연 받은 미술품·서화·골동품 자산은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재단 자산은 지난 2020년 말 현재 62억4151만원으로 금융자산 14억1693만원과 미술·서화·골동품 등 유형자산 45억5000만원으로 구성됐다.
이 중 재단의 미술품 자산은 지난 2007년 53억3863만원에서 2009년 45억5003만원으로 소폭 감소한 후 2020년까지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공익재단 관련 전문가는 "혜택만 받고 활동성이 거의 없는 모습으로 공익재단 설립 취지와 매우 동떨어진 행보로 보인다"며 "개인 소장품을 보관하기 위한 창구로 쓰이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공익법인은 고유목적 사업에 관해 법인세가 감면되는 등 세제 혜택을 받기 때문에 한화문화재단은 설립 후 15년간 단 한 차례도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
한화문화재단 측은 그간 소극적인 활동이 이어진 점은 인정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앞으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전시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며, 공익활동에도 심혈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재단 관계자는 "그동안은 일반 대중 상대로 전시회를 공식적으로 운영하지는 않았고 소장품 보관 이외 기타 소소한 활동 정도로 운영해 왔다"며 "다만 작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전시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공익활동을 펼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과거 미진한 활동에 대한 국세청 이슈가 있어 지난해 조세심판원 청구까지 진행됐지만, 반드시 전시회를 개최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건 아니며 미술품 보존 관리 등도 주요 목적사업 중 하나로 인정받은 바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