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뎬신쥐'마다 긴줄 행렬…디저트에 푹 빠진 중국

2022-0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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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뎬신쥐, XX뎬신쥐···" 디저트가게 문전성시

"용 머리, 호랑이 머리··." '중국풍' 입힌 디저트

코로나에도 성장세···한국식 베이커리도 인기

헝그리 마케팅 기댄 '반짝 인기' 우려 목소리도

"죄송합니다. 최소 2시간은 기다려야 합니다. 쇼핑 한번 하고 다시 오세요."

지난 일요일 오후 6시, 베이징 시단의 대형 쇼핑몰 다웨청(大悅城) 내 한 디저트 매장 앞. 고객들이 십여 미터 길게 늘어서 있다. 번호표를 발급하는 직원이 지금 대기인수가 많으니 나중에 다시 오라는 말도 소용 없었다. 아예 자리를 깔고 바닥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때우는 사람도 있다. 매장 앞은 고객들로 빙 둘러싸여 도무지 무슨 디저트를 파는지 들여다보기도 어렵다. 
 

베이징 시단다웨청 내 '모모뎬신쥐'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행렬. [사진=중국 재경천하]

이곳은 중국 후난성 창사의 명물 베이커리 전문점 ‘모모뎬신쥐(墨茉點心局)’가 베이징에 처음 문을 연 1호점 매장이다. 지난해 12월 오픈해 문을 연 지도 두달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유명 디저트를 맛보려는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중국 경제주간지 재경천하는 최근 보도했다. 
모모뎬신쥐뿐만이 아니다. 중국 전국각지에서 'OO 뎬신쥐(點心局)'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뎬신쥐, 우리나라 말로 하면 '디저트 전문점'이라는 뜻이다.

이들 뎬신쥐는 다오샹춘(稻香村)이나 바오스푸(鲍师傅), 웨이둬메이(味多美), 하오리라이(好利来) 같은 기존의 중국 전통 제과점과 차별화해 '새로운 중국식'이라는 뜻으로 '신중식(新中式)' 디저트 전문점이라 불린다. 

중국경제주간은 14억 중국인이 달콤한 디저트에 흠뻑 빠지면서 중국 대륙에서 '중국식 디저트 전쟁'이 서막을 열었다고 표현했다. 
 
"OO뎬신쥐, XX뎬신쥐···" 디저트가게 문전성시

모모뎬신쥐 [사진=웨이보]

재경천하에 따르면 베이징 1호점 모모뎬신쥐 디저트를 맛보려면 고객들은 대기 한 시간은 기본이다. 기껏 한 시간 넘게 기다려도 치즈비스킷, 탕후루(糖葫蘆, 과일사탕꼬치) 모찌, 크리스피 슈 같은 인기 상품은 이미 품절됐거나, 심지어 구매 제한령으로 1인당 1~2개밖에 살 수 없다.

이곳의 직원은 "매일 신선한 디저트를 만들어 판다. 인기 상품인 모찌의 경우 25분마다 14개씩 만들어 내지만 워낙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 줄서서 대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개장 당일에는 디저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며 7시간 가까이 대기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모모뎬신쥐는 이어 올해 1월 1일엔 베이징에 2호점도 개설했다. 올해 안으로 베이징에만 6개 매장을 더 오픈할 계획이라고 모모뎬신쥐 창업주 왕위샤오(王瑜霄)는 말했다. 

상하이에서 시작한 또 다른 중국식 베이커리점 '후터우쥐(虎頭局)'도 지난해 베이징에 입성했다. 카스테라 맛집으로 이름난 난징의 명물 루시허(瀘溪河)의 베이징 매장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밖에 전국각지에서 디저트 가게가 성행하고 있다. 정저우 싼허빙쥐(山河餅局), 충칭 쑤수뎬신쥐(酥书點心局), 톈진 가오궁푸궈차오뎬신쥐(糕功夫国潮點心局), 광저우 스터우뎬신쥐(獅頭點心局) 등과 같은 디저트 가게도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다.  

중국 인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SNS)인 샤오훙수, 더우인, 다중뎬핑 등에는 유명 디저트 가게를 방문한 왕훙((網紅·온라인스타)들의 인증샷, 영상들이 차고 넘친다.  중국식 모찌, 슈, 에그타르트 등이 왕훙들이 주로 찾는 디저트 종류다. 
 
"용 머리, 호랑이 머리··." '중국풍' 입힌 디저트

최근 중국서 인기몰이 중인 중국식 디저트 브랜드. 모모뎬신쥐, 후터우쥐, 루시허.

사실 과거 중국 제과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조잡한 데코레이션, 설탕 가득한 단맛이었다. 하지만 이제 중국식 디저트도 달라졌다.

특히 과거와 가장 큰 차이점은 ‘매일 굽는 신선한 디저트’, ‘수제 베이커리’ 등을 내세우고 설탕과 기름기를 줄여 '건강식'을 내세운 것이다. 웰빙을 중시하는 중국 젊은층의 까다로운 입맛을 공략했다.

또 최근 중국인의 애국소비를 뜻하는 ‘궈차오(國潮)’ 열풍이 베이커리 업계에도 불고 있다. 로고 한가운데 박힌 붉은 빛깔의 용머리에서부터 중국풍이 확 느껴진다. 매장 인테리어에서부터 대륙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모모뎬신쥐 창업주 왕위샤오(王瑜霄)는 중국경제주간에서 "예전에 패션업계에 몸을 담으며 파리, 도쿄 등 전 세계 곳곳의 패션 중심지를 돌아다녔다. 수많은 해외 공항 지하에는 디저트 가게가 즐비하다. 중국의 국력은 강해지는데 왜 전 세계에서 중국식 디저트는 없을까. 내가 모모를 창업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디저트 전문점 후터우쥐도 다를 바 없다. 후터우쥐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성스러운 동물로 여겨지는 호랑이와 중국을 대표하는 레드 컬러 ‘중국홍(中國紅)’을 로고에서 내세운다. 후터우는 중국어로 '호랑이 머리'라는 뜻이다. 
 
코로나에도 성장세···한국식 베이커리도 인기
중국식 디저트 브랜드에 자본금도 밀물처럼 밀려오고 있다. 올 상반기 요식업계 투자 트렌드는 베이커리, 디저트라는 말도 나온다. 

후터우쥐는 최근 5000만 달러(약 600억원) 규모 A시리즈 펀딩에 성공했다. 글로벌 벤처캐피털 GGV캐피털과 미국 최대 벤처캐피털업체 타이거글로벌이 공동투자했고, 기존 주주인 세콰이어차이나, IDG 등도 투자에 참여했다.

모모뎬신쥐도 2020년 6월 창업부터 현재까지 1년 반 넘는 사이에 5차례 펀딩에 성공했다. 최근 중국 최대 음식배달앱 메이퇀의 투자 전문회사인 메이퇀룽주가 단독으로 수억위안 규모 펀딩을 진행한 게 대표적이다.  

중국 기업정보업체 톈옌차에 따르면 2021년에만 중국 베이커리 시장 방면에서 이뤄진 투자 펀딩 건수만 10건 이상이다. 총 펀딩액은 20억 위안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에 디저트 가게가 성행하는 건 그만큼 중국 베이커리 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중국 요식업 전문 시장조사업체 찬바오뎬(餐寶典)에 따르면 지난해 5232억 위안에 달했던 중국 베이커리 시장 규모는 매년 6~7%대 성장세를 이어가며 2025년에는 6782억 위안(약 12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이퇀은 지난해 '중국 베이커리 시장 보고서'에서 2020년 중국 전국 베이커리 매장 수가 21% 증가했다며, 베이커리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매장 수가 증가한 몇 안되는 업종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2020년에만 신규 등록한 베이커리 업체가 3만4000개로, 10년 전의 5배로 증가했다. 

톈옌차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만 베이커리 관련 기업이 16만9000개가 있다. 이 중 등록자본금이 100만 위안 이내 개인 영세사업자가 16만개로, 94%를 차지한다. 하지만 최근 베이커리 업계에 실탄이 밀려오면서 향후 거대한 체인을 거느린 중국식 디저트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중국 '디저트 전쟁'에 뛰어든 한국 기업도 있다. 지난해 12월 25일 한국의 유명 베이커리 전문점 B&C(버터풀앤크리멀러스·BUTTERFUL & CREAMOROUS)는 베이징 번화가 싼리툰에 문을 열었다. 오픈 첫날부터 긴 줄이 늘어서고 암거래상이 나타날 정도로 중국인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했다고 한다. 
 
헝그리 마케팅 기댄 '반짝 인기' 우려 목소리도
다만 중국 베이커리 시장에 거품이 꼈으며 '반짝 인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과거 2013년 일본 치즈케이크 전문점 엉클테츠가 중국 대륙에 진출했을 당시 매장에는 케이크를 맛보기 위한 고객들이 4시간 이상씩 줄을 서는 게 기본이었다. 하지만 1년 만에 결국 폐점 도미노가 이어졌다. 2014년 인기몰이를 했던 닝보 케이크 브랜드 루이커예예(瑞可爺爺)는 현재 아예 매장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너도나도 베이커리 시장에 뛰어들며 과연 이번 신중식 디저트 열기가 얼마나 오래갈지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우후죽순으로 생긴 디저트 가게들이 하나같이 중국풍 인테리어, 헝그리 마케팅, 비슷한 종류의 디저트를 내세우며 소비자들이 차츰 피로감을 느낀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한 외식업계 전문가는 "중국 베이커리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 됐다"며 "이미 선두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장악해 광범위한 가맹점, 막강한 실탄, 완비된 공급체인으로 돈을 벌고 있어 후발주자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중국식품산업 애널리스트 주단펑도 "중국 베이커리 산업이 젊은층의 소비력에 힘입어 시장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이것이 헝그리 마케팅을 통한 '반짝 인기'에 그칠 수 있다"며 앞으로 어떻게 계속해서 열풍을 이어가느냐가 해결과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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