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호봉제 임용 뒤 연봉제 취업규칙 변경 가능"

2022-02-0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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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이후 교원 동의 나온 투표 결과 고려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사진=연합뉴스 ]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바뀌면 동의가 없는 한 유리한 근로계약을 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원칙은 근로조건이 근로계약에 명시돼 있을 때만 적용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한 사립대학 교수 A씨가 학교법인 영신학원 측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영신학원 측이 A씨에게 3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1994년 대불대학교(현 세한대학교) 조교수로 임용된 이후 2005년 정교수로 승진했다. 이 대학의 급여체계는 1998년까지 호봉제로 유지하다가 1999년 교원의 직전 연도 성과를 반영한 연봉제로 바뀌었다. 

A씨는 "급여 체계 변경이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고,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며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임금 차액분을 요구하는 소송을 잇따라 냈고 법원은 그간 A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대학과 A씨의 임용 계약이 반복적으로 갱신되기 때문에, 재임용 과정에서 A씨가 연봉제 변경을 수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A씨는 1994년 이후에는 재계약 때 별도로 임용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근로조건 관련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다. 

영신학원 측은 2017년 재직 교원 145명을 대상으로 연봉제 급여지급 규정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개편안은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됐다. 

A씨는 이에 굴하지 않고 2017년도분 급여 차액(3500여만원과 지연 이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와 대학 사이에서 호봉제 근로계약이 유효하다고 보고 A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1심은 "2017년 연봉제 변경 동의가 적법하다고 해도, 유리한 근로계약에 우선해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A씨 급여액 산정에 연봉제 규정은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임금 관련 사항을 취업규칙에서 정할 수 있기는 하지만, 취업규칙 내용보다 근로계약상의 근로조건이 노동자에게 유리하다면 당연히 근로계약이 우선이라는 취지다. 이런 판단은 2심에서도 유지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교원 동의가 나온 2017년 이후로는 연봉제 규정을 적용하는 게 맞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유리 조건 우선의 원칙에 대해 "근로자와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에서 따로 정한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개별 근로계약에서 근로조건에 관해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는 경우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적용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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