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100조원 규모인 외부위탁운용(OCIO) 시장이 1000조원대 규모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기존 플레이어인 자산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증권사까지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증권이 2021년 말 924개 법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7.2%가 2년 내에 OCIO 서비스를 활용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만큼 니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주요 기관 및 기업의 OCIO로 선정되기 위해 관련 인력을 별도 조직으로 개편하는 작업도 마친 상태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OCIO팀, 신한금융투자는 IPS그룹 내 OCIO본부를 각각 만들었다. 한국투자증권도 투자솔루션본부 산하에 OCIO솔루션부를 신설했다. KB증권은 지난해 말 OCIO 영업 확대를 위해 OCIO 마케팅팀을 OCIO 영업부로 승격시키고 OCIO운용부도 별도로 조직했다.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업권 간 머니무브를 선점하기 위해 OCIO의 경쟁력도 강화할 것"이라며 "어떤 형태와 순서로 머니무브가 일어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머니무브에 대응을 잘 해야 대한민국 자본시장 대표증권사라는 지향점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지난 2021년 조직개편을 통해 OCIO사업부를 신설하면서 유관 조직들을 OCIO사업부 산하로 재편하고 정영채 사장이 직접 사업부 대표를 맡았다.
이와 함께 증권사들은 OCIO 운용 역량을 랩어카운트(Wrap Account·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에 접목시켜 초고액 자산가와 중소법인, 대학기금 등을 대상으로 운용하면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실제 KB증권이 OCIO 서비스를 기반으로 고액자산가(HNW) 고객 대상으로 선보인 'KB 에이블어카운트H'의 잔고는 2020년 말 417억원에서 2021년 말 2204억원으로 5배 이상 늘었다.
그동안 OCIO 시장에서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자산운용사들도 영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공적 기금뿐만 아니라 민간 기금에서도 OCIO 제도를 도입하면서 위탁운용사로 선정되기 위한 경쟁이 보다 치열해진 상황이다.
여기에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이 OCIO 시장 확대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OCIO 운용 역량을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특화 상품으로 관련 펀드를 출시했다. 지난해에만 KB자산운용을 비롯해 한화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4개 자산운용사가 관련 펀드를 선보였다.
펀드 주요 판매 대상은 DB형 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이지만 일반 개인 고객들의 관심도 커지면서 자금 유입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2월 말 출시된 KB자산운용의 'KB타겟리턴안정형OCIO펀드'의 설정액은 1197억원이다. 이 중 최근 3개월 사이에만 792억원가량이 신규 유입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2021년 9월 선보인 '한국투자OCIO알아서펀드' 역시 같은 기간에만 238억원이 유입돼 전체 설정액 293조원 중 80% 이상이 최근에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도 OCIO 시장에 적극 뛰어들면서 계열사끼리 경쟁하는 사례도 보편화됐다. 지난해 말 예금보험공사가 1조5000억원 규모의 채권 자산 OCIO 운용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1차 정량평가에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7곳이 통과해 계열사끼리 경쟁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기금과 임금채권보장기금의 2000억원 규모 대체투자 주간운용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KB증권과 KB자산운용이 맞붙는 일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OCIO는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 기금, 일반 기업 등 민간부문에서도 공격적인 영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최근 자산운용사뿐만 아니라 증권사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