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OCIO 시장 규모는 100조원대로 추산된다. OCIO는 자산운용 업무를 외부 투자관리 전문가에게 위탁하는 제도로 'Outsourced Chief Investment Officer'의 약자다.
자산 배분과 목표 수익률 설정, 자금 집행, 위험관리 등 업무를 모두 위탁하다보니 보통 수십조원 규모의 자금을 보유한 연기금 등이 활용했다. 자금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를 직접 운용하기에는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전문 인력과 인프라를 갖춘 운용사에 자금을 맡겨 굴리는 형태다.
국내 최초 OCIO는 2001년 공적연기금투자풀의 주간운용사제도다. 이어 2014년 주택도시기금이 OCIO 체계를 도입했으며 2015년에는 고용보험기금과 산재보험기금 등이 OCIO 제도를 도입했다. 금융위원회도 OCIO 형태의 민간연기금투자풀을 출범시켰다. 현재 각 정부 부처가 정책적 목적으로 조성한 공적 기금 등이 '주간운용' '전담운용' 등 이름으로 OCIO를 통해 운용 중이다.
또 퇴직연금법 시행과 함께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되면서 OCIO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OCIO는 정부나 주요 기금이 운용하는 자금에만 허용했지만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되면 수익률을 바탕으로 다양한 금융투자회사들이 OCIO 계약을 따내기 위해 경쟁을 펼치게 된다.
현재 퇴직연금 제도는 '계약형'이다. 기업이 직접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고 퇴직금 운용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익률보다는 안정성이 중요한 제도다 보니 단점도 많았다. 하지만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되면 퇴직연금도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처럼 별도의 수탁회사가 운용과 관련한 의사 결정을 내리게 된다.
특히 다수 사업장이 참여하는 연합형 퇴직연금기금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협력사 모임, 판교 테크노밸리 기금연합 등 새로운 주체가 등장할 수 있다. 자본시장에 새로운 '큰손'들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 결과 금융투자사 입장에서 기금 운용 대상이 늘어나는 셈이다. 민간기업들의 잉여 현금 위탁이나 대학의 발전기금 등도 민간 OCIO 시장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OCIO 시장 확대가 예상되면서 금융투자업계도 준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운용사에 밀려 퇴직연금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증권사의 '절치부심'이 기대된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OCIO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조직 개편에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솔루션본부 아래 OCIO솔루션부를 신설했으며,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등도 OCIO 관련 부서를 신설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당수 증권사와 중소형 운용사가 OCIO 전담 조직 구성에 나서고 있다"며 "OCIO 도입이 본격화하면 안정성에만 치우쳤던 기금 자금이 수익률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전체적인 금융투자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