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양날의 검' 新광역경제권 출범…RCEP 활용 '선택 아닌 필수'

2022-02-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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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현 관세청장 [사진=관세청]


설 연휴로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2월 1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RCEP)이 발효됐다. RCEP는 한·중·일과 아세안 10개국, 호주·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해 세계 경제의 30%를 하나로 묶는 다자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우리나라 주요 교역국인 유럽연합(EU), 미국, 중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숨 가쁘게 발효된 이후 18번째이자 최대 규모인 FTA가 7년 만에 발효되는 것이다.
 
RCEP에서도 핵심인 관세와 무역규범을 집행하는 관세청장으로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여러 국가 입장을 맞추기 위해 기존 협정보다 복잡해진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세 가지 측면에서 RCEP 특징을 소개하고 그 이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RCEP의 가장 큰 의의는 '일본과 최초로 맺은 자유무역협정'이라는 점이다. 교역 규모로 볼 때 일본은 중국·미국에 이어 우리의 세 번째 무역 상대국이고, 상위 5개 국가 중 유일하게 무역수지가 적자인 국가다.
 
수출 규제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사태에서 미루어 볼 수 있듯 기술력을 앞세운 일본과 경쟁하게 된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그러나 1980년대 일본 가전제품이 부의 상징이었던 시절을 지나 삼성과 LG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듯 RCEP 발효를 기회로 우리 기업이 한층 도약하는 단계가 되기를 기대한다.
 
RCEP의 두 번째 특징은 15개국 통합 무역규범이라는 점이다. 이는 제조기업에는 15개 회원국 원재료를 자유로이 사용해 '한국산'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수출기업에는 어느 회원국에 수출하든지 RCEP 규정 하나만 보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자간 협정이다 보니 원산지 국가를 판정하는 방식이 복잡해지기는 했으나, RCEP를 충분히 이해하고 활용하는 기업은 특혜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지난 1월 1일 협정을 발효한 10개국은 저렴한 노동력과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서 생산기지를 유치하거나 원재료를 대체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이미 실행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뒤처지지 않도록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할 때다.
 
RCEP의 세 번째 특징은 원산지 자율증명 방식이다. RCEP에서는 기존 한·아세안, 한·중 FTA에서 인정되던 기관 발급 방식을 비롯해 원산지 인증수출자가 자기 책임 아래 수출품의 원산지증명서를 직접 작성하는 '인증수출자 자율증명' 방식도 인정하고 있다. 이는 특히 아세안과 중국에 완전 자율증명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인증수출자 자율증명을 통해 기관 발급 비용과 시간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상대국의 원산지 검증 우려 때문에 상공회의소보다 세관 발급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아세안과 중국 당국이 우리 인증수출자가 발행한 원산지증명서를 얼마나 신뢰할지가 관건이다. 관세청도 우리 인증수출자제도의 우수성을 회원국에 홍보하겠지만, 기업들도 한국 인증수출자에 대한 신뢰가 구축될 수 있도록 법규를 잘 준수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RCEP는 기존 FTA를 보완하는 새로운 통합 규범이지만, 다소 복잡한 규정과 회원국 간 경쟁을 유발한다는 측면에서 RCEP 활용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관세청은 우리 기업이 RCEP를 100%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먼저 인천·서울·부산·대구·광주·평택세관에 'RCEP 활용지원센터'를 설치해 맞춤형 컨설팅을 하고, 종합 가이드라인인 'RCEP 운영지침'을 마련했다. 중소기업도 수출물품 원산지를 간편하게 판정할 수 있게 관세청 원산지관리시스템(FTA-PASS)을 개편했다.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도 경주하고 있다. 중국·일본·베트남 등 회원국에 파견된 관세관 8명이 현지 정보를 수집해 관세청 FTA 포털을 통해 제공하는 한편 통관 분쟁을 신속히 해소할 수 있도록 해외 관세당국 소통체계를 구축했다. 원산지를 조작해 시장을 잠식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 심사자 역량을 강화하고, 사후 검증을 통해 우리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준비도 철저히 하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예측 가능한 규범에 기반한 자유로운 질서 확립이 중요하다. 아시아·태평양 주요 국가가 포함된 RCEP는 보호무역주의 극복에 이바지할 것이다. 반면 광역경제권 출범은 우리 기업에 위기와 기회라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RCEP를 적극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기업에는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지만 안주하는 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다.
 
우리 경제주체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RCEP를 최대한 활용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관세청도 맡은 소임을 충실히 수행해 우리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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