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8일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서 예탁결제원을 공공기관에서 지정해제하기로 심의·의결했다. 예탁원의 정부지원액 비중이 50% 미만으로 감소하면서 공공기관 지정 요건을 미충족하면서다.
이번 예탁원의 공공기관 해제는 다소 기습적으로 진행됐다. 앞서 거래소가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위해 수년간 타당성을 알리던 것과 다른 전략이었다.
현 이명호 예탁원 사장은 행시 33회 출신으로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을 거치고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을 역임한 한 바 있다. 취임 전 공공기관 해제 능력이 관건이라는 하마평이 있었다. 이 사장은 취임 이후 공공기관 해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물밑에서 관련 활동을 펼쳐왔다는 것이 이번 결정으로 드러난 셈이다.
한편 예탁원의 공공기관 해제가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과는 거리가 먼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크고 작은 투자 관련 피해는 매년 국정감사에서 단골로 지적받던 소재다. 하지만 이제 유일했던 공공기관인 예탁원을 국감장에 부르기가 어려워지면서 아무래도 감시의 눈이 소홀해지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실제 거래소의 경우 매년 국감 때만 되면 방만 경영과 낙하산 등의 문제로 국감장을 달궜던 곳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뒤 이런 지적은 대부분 사라졌다.
예탁원의 공공기관 해제로 변수가 생길 수 있는 이슈는 옵티머스 사태가 있다. 예탁원은 지난 2020년 국감에서 옵티머스 사태로 지적이 빗발친 바 있다.
감사원 조사 결과 예탁원은 옵티머스운용이 취득한 펀드 자산의 종목 정보를 전산에 입력하면서 사모사채를 LH공사 매출채권이라고 사실과 다르게 입력했다.
이는 자본시장법에 명시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행위로 이를 지적하는 국회의원들의 호통이 국감장을 울렸었다. 당시 국감장에 불려나온 이 사장은 취임 전 이슈로 혼이 나야만 했다.
한편 지난해는 대장동 이슈가 국감장을 달구면서 금융투자업계의 현안이 대부분 다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예탁원은 옵티머스 사태의 형사적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는 큰 제재를 받지 않았다.
옵티머스 사태에 관여한 증권사들은 업무일부정지와 과태료 등의 징계를 받고 CEO 징계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최근 NH투자증권 등은 예탁원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민사적 책임이라도 묻겠다는 방침이지만 정치권의 '어시스트'를 받기는 힘들어진 셈이다.
물론 자유시장경제를 채택한 우리가 모든 산업을 공공의 영역에 둘 수는 없다. 하지만 항상 신중해야 한다.
7년 전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거래소는 최근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공기관 해제 조건이었던 대체거래소 설립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방만경영 등의 여부는 아예 알기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공공기관 지정해제에 따른 다른 안전판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었다. 금융당국은 '적절한 통제를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그런 상황에서 옵티머스 사태도 터진 것이다.
예탁원은 축배만 들 일이 아니다.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업계의 우려를 씻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금융당국도 마찬가지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