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헬스케어 사활건다] 보험사들, 핀테크사 이어 유통사와도 협업…헬스케어 사업 진출 경쟁

2022-02-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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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사와 경쟁 불가피…공공데이터 확보에도 어려움 겪어

주요보험사들이 잇따라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전통 보험사업이 저출산·고령화로 성장 한계에 부딪히면서, 헬스케어 신사업으로 영업 활로를 넓히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도 보험사의 헬스케어 산업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만큼 당분간 보험사들의 헬스케어 시장 선정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카카오페이 등 주요 빅테크사들도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사업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기에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보험사들, 자회사 설립·핀테크사 협업 강화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신한라이프, KB손해보험 등 주요 보험사들이 잇따라 헬스케어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관련 사업 추진에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헬스케어 전문 자회사를 설립한 곳은 KB손보다. KB손보는 지난해 11월 보험업계 최초로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KB헬스케어'를 설립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업 초기에는 B2B 기업고객을 중심으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추후 B2C 개인고객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내년 1분기 중 KB금융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고 2분기부터 KB금융그룹 외 임직원의 건강관리를 원하는 기업 대상 건강관리 서비스, 금융상품 연계 건강관리서비스 등을 순차적으로 확대한다.

주요 서비스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App)을 통해 건강검진 정보 등을 분석한 건강상태, 건강상태 기반 건강목표 추천, 식단 데이터 분석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밖에 외부업체와 유전체 분석, 오디오·비디오 기반 디지털 활동관리, 만성질환자 건강관리 코칭, 멘탈 관리 상담도 제공한다.

신한라이프는 이달 초 헬스케어 전문 자회사 ‘신한큐브온’을 설립했다. 

신한큐브온은 자본금 200억원 규모로 신한라이프의 100% 자회사이다. 초대 대표로는 신한라이프에서 사내 벤처를 맡아 현재까지 약 2년간 하우핏을 총괄 운영해 오고 있는 이용범 헬스케어사업팀장을 선임했다. 20명 내외 인력으로 조직, 보상, 평가 등 모든 면에서 스타트업 방식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신한큐브온은 건강 유지 증진, 질병 사전 예방 등의 업무를 중점 수행한다. 우선 지난해 3월 론칭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인 ‘하우핏(HowFIT)’을 중심으로 콘텐츠와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우핏은 전문 트레이너의 운동 콘텐츠에 AI 동작인식 기술을 적용해 사용자가 혼자서도 정확한 자세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홈트레이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만으로 운동횟수와 정확도를 파악, 운동자세를 정확하게 알려준다. 유료서비스인 라이브 클래스는 유명 인플루언서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세부적인 코칭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큐브온은 또한 하우핏에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탑재하기 위해 B2B 분야에서도 제휴영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신한큐브온은 전자상거래 소매 중개업과 기타 여행 보조·예약 서비스업, 데이터베이스·온라인 정보관리 제공업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생명도 헬스케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삼성생명은 올해 들어 일반인 대상 건강관리 서비스를 부수업무로 신고하고, 헬스케어 전문기업들과의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27일 모바일 헬스케어 플랫폼 '굿닥(goodoc)'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은 국내 최고의 보험사와 헬스케어 플랫폼 간 협업으로 고객의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활용한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건강증진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굿닥은 4000곳의 병원과 제휴, 매월 150만명의 고객이 이용하는 병원예약서비스 1위 업체로 모바일 헬스케어 분야의 대표적인 혁신기업이다. 굿닥은 현재 비대면진료, 보험금청구 서비스 등을 개발 중으로 삼성생명은 굿닥과의 협업을 통해 혁신 서비스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 라이프시맨틱스와 ‘건강관리 서비스’ 개발 프로젝트 계약을 맺었다. 라이프시맨틱스의 디지털 헬스 플랫폼인 ‘라이프레코드’를 이용한 앱을 통해 자사 보험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운동·식이·마음건강을 비대면으로 종합 관리할 수 있는 건강관리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것이 목표이다.

◆ 빅테크사와 경쟁 불가피…의료 데이터 활용 '먹구름'

보험사들의 잇따른 헬스케어 사업 진출에도 일각에서는 수익성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모바일플랫폼으로 다수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빅테크사 역시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하고 있어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헬스케어 사업을 위한 공공의료데이터 자료 제공도 시민단체와 의료계의 반발이 거센 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6일부터 디지털 헬스케어 사내독립기업(CIC)을 설립하고 관련 스타트업, 기관들과 협력해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구축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 헬스케어 사업은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 역시 헬스케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전자의무기록(EMR) 업체 이지케어텍에 3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를 인수하고, 의료 데이터 분야에서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네이버는 작년에도 아이크로진과 사운드짐, 엔서, 휴레이포지티브 등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4곳에 투자한 바 있다. 이들 모두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험사들은 공공의료데이터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월 25일 진행되기로 한 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정보 자료제공심의위원회가 시민 단체 등의 반발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당초 국민건강정보 자료제공심의위원회는 한화생명뿐 아니라 교보생명, 삼성생명, KB생명, 현대해상 등이 공공의료데이터 제공을 승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자 심의위는 자료 제공 최소화의 원칙에 위배되며 학술적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들어 반려했다. 이번 심의는 한화생명이 당시 지적사항을 보완해 자료제공을 재요청한 것에 대한 심의 자리였다. 한화생명은 이번 재심의 통과를 위해 기관윤리심의위원회(IRB) 심의를 획득하고 대학 연구진과 협업하는 연구계획서 등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앞다퉈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하고 있지만 정작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거대 빅테크 기업이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해 저렴한 가격으로 건강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보험사들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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