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에 쫓기는 연준…"금리인상 정책 예고 힘들 것"

2022-01-2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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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더욱 거세게 몰아붙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준이 시장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해왔던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도 별다른 효용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공급망 균열과 임금인상으로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이하 현지시간) "연준은 낯선 환경 앞에 놓이게 됐다"면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수십 년 만의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2015년 기준금리 인상이 있기 했지만, 당시에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었고, 실업률도 줄고 있었다. 2022년 초 미국은 실업률이 3.9%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물가가 언제쯤 안정될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연준은 앞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으며 곧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코로나19 변이 확산 등으로 생산은 여전히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수요 증가를 감당하지 못하는 공급에 물가 고공행진은 2021년 연말까지 계속됐다. 2022년에도 물가상승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생산과 유통 현장이 아직 완전히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현재 연준 관료들은 올해 기준금리 인상을 3회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12월까지 물가상승률이 3% 이하로 내려올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물가가 3% 이상을 웃돌 경우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 WSJ는 "공격적인 금리인상 정책이 필요하다면,  FOMC 회의에서 연속해서 금리를 인상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의 매튜 루체티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모든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면서 "한번에 0.25%p(포인트)씩 올리는 게 충분한가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보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월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상원 금융위의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청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요가 냉각하고, 공급망이 정상화할 경우 연준은 점진적 행보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통제 밖으로 벗어나는 경우다. 전 연준 수석이코노미스트이자 현재 예일대 교수인 윌리엄 잉글리시는 "물가상승률이 높은 상태를 유지한다면 연준은 금리를 더 빨리, 훨씬 더 많이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준 의장 역시 최근 인터뷰를 통해 금리 인상 속도는 경제 상황에 달렸으며, 향후 상황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연준이 선제적인 정책 안내를 내놓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WSJ는 "포워드 가이던스는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전반적으로 낮았던 지난 20년 동안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연준은 시장과 소통하는 도구로 포워드 가이던스를 내놓으면서 정책을 '예고'했다. 시장은 연준의 향후 행보에 대한 대강의 길잡이를 가지게 된 셈이다. 

그러나 노동시장, 임금, 인플레이션이 향후 상황을 예측하기 힘든 현재 상황에서 포워드 가이던스는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20년 9월 연준은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물가가 급격히 치솟으면서 상황은 크게 변화했다. 

잉글리시 교수는 "(연준은) 아마도 '점진적'이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이들이 점진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확신하기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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