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병력을 배치한 것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은 △10일(이하 현지시간) 미-러 회담 △12일 러시아-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 △13일 미국과 러시아가 참여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의를 이어갔다.
이에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의 주장은 "엄포(bluster)"라며 러시아는 회담에서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가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한다면, 미국은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언급해 온 유럽연합(EU) 등 동맹국과 함께하는 금융 제재와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한 수출 통제 등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설리번 보좌관은 제재 수단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전쟁이 발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OSCE 의장국을 맡은 폴란드의 즈비그니에프 라우 외무장관은 "(13일 회의에서) 곧 돌파구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그는 "현재 OSCE 지역의 전쟁 위험은 지난 30년 중 어느 때보다도 높은 수준"이라며 "몇 주간 우리는 동유럽에서의 군사적 갈등 격화 전망에 직면해 왔다"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13일 OSCE 회의로 일주일 간 연이은 회담을 마쳤지만 끝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세계의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회담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며 "향후 다시 모여 똑같은 이야기를 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러시아 인테르팍스에 밝혔다. 그는 "합의안에 서명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12월 발표한 초안에서 작성한) 항목을 살펴보자고 했지만 불가능했다"라며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주요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12월에 발표한 협정 초안을 통해 소련 국가들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배제, 나토의 세력 확장 금지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카펜터 OSCE 미국 대사 역시 13일 회의를 끝내고 긴장을 완화하는 데 진전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전쟁의 북소리가 커졌으며, 수사 역시 날카로워졌다"라고 말했다. 카펜터 미국 대사는 미국이 대화를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다시 강조하면서도 "기본 원칙에 대해 재협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모든 주권 국가들은 자국의 안전 보장을 위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1975년 헬싱키 결의안 등을 언급하며 동유럽 국가들의 나토 가입 배제 등에 대한 타협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추가 회담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유럽-대서양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증진하기 위해 외교를 계속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외교적 수단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하더라도 미국은 이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적 공격을 하는 것에 대해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강력한 경제적 조치를 취할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