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용인시 제네시스 수지에서 G90을 시승했다. 앞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네시스 수지까지 뒷좌석에 앉아가는 쇼퍼드리븐을 30여분 체험했다. 뒷자리에 앉아 이것저것 버튼을 눌러보니 잠시 '회장님'이 된 기분이었다.
고급 가죽으로 이뤄진 에르고 릴렉싱 시트는 원하는 부위에 적절한 압박을 가해 주는 마사지 기능을 탑재했다. 여기에 등받이와 머리 받침대, 발 받침 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한껏 늘어진 자세를 취하게 해준다. 온열 기능으로 따끈하게 데워진 시트에 마시지까지 더해지니 근육 긴장이 스르르 풀려 잠이 들 것만 같았다.
또한 2열 암레스트 수납함에는 자외선 살균이 가능해 스마트폰이나 개인 소지품을 소독할 수 있다. 여기에 눈을 위로 향하면 화장 거울이 위치해 있으며, 옆에는 옷걸이가 걸려있다. 공간 곳곳에 디테일함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행성은 럭셔리 세단의 기본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제네시스 수지에서 광주 곤지암 CGV를 거친 뒤, 수원컨벤션센터까지 약 70km의 시승 구간 동안 G90의 3.5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는 운전자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최고 출력 380마력에 최대 토크 54kg·m가 언제든 고속주행이 가능하다며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GV80’, ‘G80’ 등 제네시스 라인업에 14인치 디스플레이를 장착했음에도 G90에 12인치 디스플레이를 넣은 것은 다소 아쉬워보였다. 센터페시아 조작계도 첨단 사양과 잘 어우러지는 모습은 아니었다.
외관은 하이테크함과 날렵함을 한층 강조했다. 전면 크레스트 그릴이 전 세대의 중후함을 그대로 가져왔다면, 후면 2줄 램프부터 뒷부분 휀더의 역동적인 변화는 젊은 감성에 초점을 맞췄다. 마이크로렌즈배열(MLA) 기술을 반영해 개별적으로 반짝이는 전조등과 후면의 빛나는 두 줄 리어램프도 제네시스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운전자를 배려한 최신 편의 기술도 주목할 점이다. 스마트키를 들고 다가서면 숨겨진 도어 핸들이 자동으로 나오는 것부터, 센터 콘솔의 지문 인증 시스템으로 키가 없어도 시동을 걸 수 있다. 또한 차량 안에서 버튼을 눌러 문을 여닫는 ‘이지 클로즈’, 트렁크 뒤에서 3초 이상 기다리면 자동으로 트렁크가 열리는 스마트 트렁크 기능, 창문을 열고 주행하다 터널이 나오면 자동으로 문이 닫히는 등 생각지도 못한 배려심에 깜짝 놀랄 정도다.
시승차 가격은 1억3380만원이다. 개별소비세 5%를 적용하면 1억3237만원이며, 프레스티지 컬렉션을 비롯해 선루프, 능동형 후륜조향, 뱅앤울룹슨 사운드 패키지, 퍼스트 클래스 VIP 시트 등 옵션을 포함한 가격이다. 차후 공개할 G90 롱휠베이스는 세단보다 전장이 190㎜ 길어 내부 공간이 더 커진다. 제네시스 최초로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e-S/C)를 적용한 가솔린 3.5 터보 엔진을 장착한 점도 차별점이다.
종합적으로 4세대 G90은 최첨단 편의시설과 소음 하나 느낄 수 없는 정숙성,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이 뒷받침한 안락한 승차감 등이 돋보인다. 고급 수입차 3인방인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등이 긴장할 정도로 차별화에 성공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