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힘든데… 한국 증시 덮친 'CEO 리스크'

2022-01-1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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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멸공' 발언·카카오, 류영준 대표 내정자 '먹튀' 논란에 주가 급락

 

국내 주식시장에서 손꼽히는 그룹주들이 '오너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긴축 우려로 한국 증시가 좀처럼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너 리스크'까지 불거지며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국내 증시에서 신세계그룹주는 전 거래일 대비 1.61% 하락했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최근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잇따라 '멸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논란이 되자 지난 10일 신세계그룹주가 2.01% 급락한 데 이어 11일에도 추가 하락하며 내림세를 이어갔다.

신세계그룹주 중에서 대표 종목으로 꼽히는 신세계는 11일 2.58% 상승 마감했지만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이 이슈가 된 지난 10일 하락폭(6.80%)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이 밖에 10일 0.34% 상승 마감했던 이마트는 11일 1.68%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고 신세계 I&C와 신세계푸드,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10일에도 2~5%대 급락했던 종목들은 11일에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로써 신세계그룹주 시가총액이 지난 10일 하루에만 2205억원 줄어든 데 이어 11일에도 485억원 감소한 8조4059억원을 기록했다.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이 오너 리스크로 번진 것은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을 게재하며 '멸공' 등 해시태그를 달면서부터다. 해당 게시글이 논란을 빚자 정 부회장은 사진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 교체했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나경원 전 의원이 '멸공'을 연상할 수 있는 멸치와 콩을 구매하는 사진을 인증하며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신세계그룹 측은 정 부회장이 더 이상 '멸공'과 관련된 발언이나 해시태그 등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11일 오전 신세계 보이콧 이미지와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발사했다는 기사 내용을 캡처해 올리며 'OO'이라고 적었다. '멸공' 대신 'OO'으로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역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의 스톡옵션 행사 논란으로 주가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를 비롯해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넵튠 등 카카오그룹주는 지난 10일 2.74% 하락한 데 이어 11일에도 2.91% 떨어졌다.

특히 미국이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로 기술주의 주가 하방 압력이 커진 데다 카카오 실적 부진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먹튀' 논란까지 더해지며 주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지 약 1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10일 시간 외 매매 방식으로 보유 중이던 카카오페이 주식 23만주를 주당 20만4017원에 매도했다. 이를 통해 류 대표는 469억원을 현금화했다. 당시 류 대표를 포함한 임원들의 매각 규모는 총 900억원 수준이다.

해당 공시가 나온 다음 거래일인 지난해 12월 13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0.28%, 0.55% 하락했으나 카카오그룹주는 2.01% 떨어졌다.

이에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됐던 류 대표는 지난 10일 자진 사퇴했지만 주가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류 대표가 스톡옵션을 행사한 이후 11일 현재까지 카카오그룹주는 평균 17.35% 떨어졌다. 이 중 넵튠만 1.71% 상승했고 카카오를 비롯한 나머지 종목은 모두 20% 이상 하락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기업 오너 리스크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20년 6월에는 검찰이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에 대해 2015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코스닥 상장사를 상대로 불법 대출상품을 판매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동안 주가 약세로 이어진 바 있다.

남양유업 역시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 투약,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의 세금 탈루 및 김웅 대표이사의 횡령 소식 등으로 주가 급락을 경험한 바 있다. 지난 2014년 1월에는 홍 전 회장과 김 전 대표가 각각 74억원 규모의 세금 탈루 및 7억원 규모 횡령으로 재판에 넘겨지자 당시 90만원대였던 남양유업 주가가 약 15거래일 만에 84만원대로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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