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고 있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한국 추상화가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학고재는 오는 2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학고재 전관에서 ‘에이도스(eidos)’를 찾아서: 한국 추상화가 7인 전시를 개최한다. 한국 추상회화의 역사를 되짚고, 잊힌 작가의 미술사적 위상을 재조명하는 기획전이다.
작가들의 생전 기록 및 상호 교류, 전시 활동 등의 내막을 살필 수 있는 아카이브 섹션을 아트센터 지하 1층 공간에 마련했고, 전시 부대행사로 학술세미나를 오는 1월 22일 학고재에서 개최한다. 김복기 아트인컬처 대표가 이번 전시의 총괄 기획을 맡았다.
지난 1월 7일 개막한 전시는 한국 추상화가 7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1920년대 출생 작가를 중심으로 해방 제1세대 작가까지를 아우른다. 전후 서구로부터 유입된 추상회화의 거센 파고 속에서 한국적 양식을 이룩해낸 작가들이다.
전시 제목의 ‘에이도스(eidos)’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서 존재사물에 내재하는 ‘본질’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상(事象)의 본질을 좇는 추상회화의 속성을 에이도스라는 개념에 빗댄 것이다.
한국 추상회화의 다양한 얼굴을 되짚고, 그 미술사적 위상을 조명하는 전시다. 20세기 추상회화를 이끌었던 7인의 작고 작가,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1960년대 ‘반 추상’ 양식을 보여준 이봉상 작가, 계절과 시간 등을 기하학적 추상으로 표현한 류경채 작가, 호남 추상 미술의 개척자인 강용운 작가를 비롯해 천병근, 하인두, 이남규 작가가 감각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장욱진 화백의 제자였던 이남규 작가의 작품에서는 특유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한국 전통 미술과 불교적 세계관을 추상회화로 구현한 하인두 작가의 작품도 인상적이다.
학고재는 “이번 전시는 한국 추상회화의 다양한 양식인 형태의 환원과 원시적 비전(이봉상), 순도 높은 시적 정취(류경채), 서체적 충동의 추상 표현(강용운), 서정적 액션의 분출(이상욱), 초현실주의적 신비주의(천병근), 전통 미감과 불교적 세계관의 현대적 구현(하인두), 우주의 질서와 생명의 빛(이남규)을 따라잡는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