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기관들 매도 일색… "개미들만 죽어난다"

2022-01-1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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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1월 효과' 무색

업계 "LG엔솔 IPO 실탄 마련용" 분석 나와

코스피200 등 편입땐 타 종목 매도 후폭풍

초대형주 상장으로 개미들만 피해 역효과

[자료=LG에너지솔루션]


최근 기관들의 순매도가 9거래일 연속 이어지면서 1월 효과도 무색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기관의 순매도 행보 배경 중 하나로 LG에너지솔루션을 꼽고 있다. 대어급 기업공개(IPO)인 만큼 실탄 마련을 위해 기존 주식을 팔면서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것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지난해 12월 29일 이후 이날까지 9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서고 있다. 순매도 금액은 6조8543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5조873억원, 1조7273억원을 순매수한 것과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특히 기관들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NAVER와 크래프톤 등 개인들이 순매수에 나선 종목들이 대다수다. 일례로 삼성전자의 경우 기관은 2조2832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1조3755억원어치를 순매수 했다. 주가는 작년 12월 28일 8만300원에서 11일 현재 7만899원으로 하락한 상태다. 기관들의 매도물량 유입이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연초 이후 기관이 적극적으로 국내주식 순매도에 나선 이유는 LG에너지솔루션의 초대형 IPO 때문이다. 그간 금투업계 내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주식 매입을 위한 실탄 마련이 목적이라는 말들이 심심찮게 흘러나온 바 있다.
 
이는 사상 최대어이자 상승가능성이 높은 LG에너지솔루션을 매입하기 위해 기존 주식을 팔아 실탄 마련에 나서면서 오롯이 코스피 지수 하락으로 직결되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가가 상단인 30만원으로 결정될 경우 공모 금액은 총 12조7500억원이 된다. 밴드 하단을 기준으로 계산한 공모액도 10조9225억원이다. 이는 국내 IPO 사상 최대 규모다. 이는 종전 최대 공모액인 삼성생명의 4조8881억원의 두 배를 뛰어넘는 규모다.
 
최근 기관들의 매도세가 멈춤 없이 이어지자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시장을 망가뜨리고 있다. 이런 블랙홀을 상장시키는 데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게 답답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문제는 상장 이후에도 기관들의 매도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상장 후 시총 규모가 코스피 시장 내에서 2위 또는 3위 수준으로 코스피200이나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FTSE(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 등 주요 지수 편입이 전망된다. 이는 곧 밴치마크(BM)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상황으로 기존 주식 매도세로 이어질 수 있다.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이 70조~100조원 규모로 예상됨에 따라 주요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BM 투자자는 LG에너지솔루션을 매수하기 위해 지수 내 다른 종목을 매도해 현금 비중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초대형 종목들의 지속적인 상장은 국내 증시에 수급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시총 70조원을 가정하면 코스피 시총 3%가 넘는 수준”이라며 “이는 수급상 단기 부담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대규모 주식이 시장에 풀릴 경우 일종의 희석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문환 하나금융투자 CLUB 1 WM 금융센터 이사는 투자자레터를 통해 “미국은 자사주 매수를 통해 유통 물량이 계속 사라진 반면 국내 증시는 괴물 IPO가 단기간에 집중되면서 수급적 불균형을 만들었다“며 “올해 LG에너지솔루션 등 몇 개 종목이 더 입점을 기다리고 있고, 내년 이후에도 직방, 마켓컬리 등 초대형 IPO가 예정돼 있다. 초대형 종목이 신규로 상장될 때마다, 대형주 위주의 약세 국면은 반복적으로 찾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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