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011년 NH농협오픈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19세 6개월 10일)을 세웠다. 물론, 지금은 김주형이 2020년 KPGA 군산CC 오픈에서 이를 경신(18세 21일) 했다.
이상희의 2번째 우승은 2012년 KPGA 선수권대회다. 그는 이 우승을 발판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그는 코리안 투어와 일본골프투어(JGTO)를 오갔다. 국내에서 2승을 추가했다. 2016년(SK텔레콤 오픈)과 2017년(GS칼텍스 매경오픈) 메이저급 2개 대회에서다.
입대는 3년 뒤인 2020년 3월. 그는 5번째 우승을 쌓지 못한 채 군복을 입어야 했다.
1월 5일 경기 성남시 모처에서 만난 그는 "훈련소에서 가장 힘들었어요. 자대 배치를 받을 때 '특기가 없다'고 해서 육군 7사단 보병으로 배치받았죠. 지원이라는 말에 혹했지만, 박격포를 받았어요. 보병과 포병 사이 어디쯤이요. 300㎏이 넘었죠. 매주 1회 행군해서 힘들었습니다"고 이야기했다.
이상희는 부대 안에서 골프채를 쥐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는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골프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코로나19로 개설까지 오래 걸렸어요. 레슨하면서 조금이라도 연습하기 위해서죠. 일과를 마치고 1~2시간만 가능했죠. 근데 웬걸, 중대가 70명인데 40명 이상이 신청했어요. 타석은 4개인데. 연습은커녕 그립 쥐는 방법만 계속 설명했습니다"고 웃었다.
이상희는 부대에서 골프 채널을 시청했다. 군복을 입고, 골프복을 입은 우승자들이 우승컵을 드는 모습을 봤다. "괴리가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주형이 자신의 기록을 경신한 것에 대해서는 "축하할 일이죠. 젊은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결국 이상희는 2021년 10월 전역까지 제대로 골프채를 쥐지 못했다. 다시 골프채를 쥔 것은 2021년 11월부터. 이제 2달이 됐다. "아쉽지는 않아요. 이제는 샷감이 돌아오고 있어요. 제주 웰뱅위너스컵 때보다는 쇼트게임도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프로골퍼에게 입대는 최대 난관 중 하나다. 인생을 설계할 때 군대를 다녀오는 기간을 염두에 두곤 한다. 많은 선수가 성공적인 복귀를 하기도, 실패의 수렁에 빠지기도 한다.
그는 12년 전 콘 페리 투어(PGA 투어 2부) 퀄리파잉(자격 부여) 토너먼트에 도전했다. 황당한 벌타로 도전을 마쳐야 했다. 이후 시간이 흘렀다. 일본에서 시드 생존에 얽매였다. 미국에 다시 도전하고 싶었지만, 입대가 자신을 꽁꽁 묶었다.
그는 해맑게 "이제는 얽매이는 것이 없으니 자신감 있게 도전할 겁니다"라며 "경기 감각을 되찾고, 12년 만에 다시 콘 페리 투어에 도전해볼 생각이에요"라고 이야기했다.
입대가 그에게 준 긍정적인 영향은 없을까. 그의 입에서 돌아온 대답은 드라이버 비거리 증가다. 300㎏이 넘는 박격포가 그에게 보낸 작은 선물이다. 그는 "스윙 스피드가 116마일까지 나왔다. 평균 112마일 정도다. 전에는 108~109마일을 오갔다. 박격포 때문에 힘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상희가 보유하고 있는 시드는 코리안 투어와 JGTO다. 코리안 투어는 넉넉하고, JGTO는 1년 유예를 받았다. 그는 이번 시즌에도 한국과 일본을 오갈 생각이다.
코리안 투어 복귀는 오랜만이다. 한 골퍼는 그에게 "코리안 투어가 예전과 다르다. 준비 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리안 투어는 이번 시즌 대회 수 증가가 예고됐다. 역대 최다인 20개를 훌쩍 넘길 예정이다. 이에 대해 그는 "복귀하게 돼 설렌다. 개막전부터 출전할 계획이다.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이상희는 곧 싱가포르로 출국한다. 2020~2022시즌 아시안 투어 싱가포르 인터내셔널과 SMBC 싱가포르 오픈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한 대회는 초청을 통해, 한 대회는 JGTO 시드로 출전하게 됐다.
두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2월 3일부터 6일까지 사우디에서 열리는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에 출전할 수 있다. 대회 총상금은 무려 500만 달러(약 59억원)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겸손했다. "우승보다는 경기 감각을 우선시하겠습니다. 욕심부리지 않을게요."
예비역 이상희는 2021년 12월 30일 서브 후원사(메디메카)를 만났다. 메인 후원사는 아직이다. 그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 "영광스럽고 든든하다.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