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오너 3·4세들이 임원 승진을 통해 경영 일선에 나서며 세대교체가 속도를 내고 있다. 승계구도의 윤곽이 드러나는 가운데 20~40대 젊은 오너가(家) 자제들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전진 배치된 오너 3·4세들이 올해 맡은 직책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성과를 나타낼지 주목된다.
사조그룹은 5일 2022년 정기인사에서 주지홍 식품총괄 본부장(부사장·45)을 식품총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고 밝혔다. 사조그룹은 이번 인사에 대해 “그룹의 성공적인 사업 재편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구조 창출과 신제품 개발·제품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SPC그룹은 이달 1일부로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글로벌 비즈니스유닛(BU)장(45)을 파리크라상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2005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한 허 사장은 전략기획실과 연구개발(R&D), 글로벌 사업 등을 총괄했다. 미국과 프랑스, 중국, 싱가포르 등 주요 시장에서 파리바게뜨의 브랜드 인지도와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맡아왔다.
이에 앞서 차남 허희수 부사장(44)은 지난해 11월 3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SPC그룹의 네트워크 시스템 관련 계열사인 섹타나인의 책임임원으로 선임돼 디지털 기술투자와 신사업 발굴 등 업무를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형제가 그룹의 경영 전면에 포진하면서 SPC그룹은 3세 경영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32)도 신임 임원(경영리더)으로 승진했다. 직책은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 전략기획1담당이다. 이 리더는 만두 브랜드 ‘비비고’와 미국프로농구(NBA) 구단 LA 레이커스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성사시키는 등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 리더는 2013년 사원으로 입사해 식품사업, 글로벌 사업부장 등을 거쳤다.
농심도 3세 경영 수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창업주 고(故) 신춘호 회장이 별세하면서 지난해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이 농심 회장 자리에 올랐으며, 최근 인사에서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부장(29)이 구매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신 상무는 2019년 사원으로 입사해 경영기획·예산 업무 등을 거쳤다. 신 회장이 최근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그룹 회장직만 역임하면서 신 상무의 경영권 승계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큰 과제”라며 “올해 임원 자리에 올라 실적으로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시험대에 오른 식품기업 3·4세들이 어떤 경영능력을 보여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